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23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IMF(국제통화기금)마저 우리나라에 40%에 불과한 국채비율을 60% 선으로 끌어올려 재정을 운용하라 충고한다”고 썼다. 그런데 기획재정부는 이 지사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해당 (내용을 포함한) IMF 보고서는 찾을 수 없다”고 답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또한 이 지사가 같은 글에서 “국가부채율을 15%만 올린다 해도 300조원의 여유가 있고, 이를 재원으로 활용하면 소비 진작과 수요 창출로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도 기재부는 “재정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13일 기재부와 한국은행 등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기재부는 이 지사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러한 답을 내놨다.

◇기재부 “투자효율성 외에 재정건전성에 대한 신중 검토도 필요”

이 지사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4차 추경에 반대하고 있다는 내용의 한 언론 기사를 링크하고서는 이러한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기재부 내에서 재정건전성을 담당하는 부서와 IMF와의 협의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IMF가 우리에게 국채비율을 올리라고 했다’는 주장의 근거를 찾지 못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재명 지사가 재정지출 관련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 /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캡처

추경호 의원이 같은 내용을 한국은행에 질의하자 “IMF는 우리나라와의 연례협의 등에서 확장적 재정 정책을 여러 차례 권고했다”며 “IMF가 2010년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은 국가채무 비율 60% 수준을 달성하기 위한 세입·세출 방안을 제시한 바 있으나, 이후로는 개별 국가의 경제상황에 맞춰 정성적인 측면에서 재정정책 방향을 권고하고 있다”고 했다. IMF가 ‘우리나라에게 채무비율을 60%까지 높여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권고를 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이 지사의 적극적 재정지출에 대한 주장에 대해서도 기재부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기재부는 “정부는 코로나 위기 대응 과정에서의 빠른 국가채무 증가속도에 대해 각별히 경계하고 있다”며 “특히 장래 인구구조의 변화, 복지제도의 성숙 등을 고려 시 중장기적 재정건전성 관리 노력이 매우 긴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재정지출 검토 시 투자 효율성 외에도 재정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재명 “기본소득은 세계적 흐름” 기재부 “도입 논의도 시기상조”

기본소득 등에 대해서도 이 지사와 기재부 사이에는 큰 시각 차이가 있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8일에는 ‘기본소득 논의조차 가로막는 기재부’라는 제목의 글에서 기재부를 비판한 적이 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은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4차산업혁명 관련 글로벌 기업 CEO들 역시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기본소득이 취약계층 우선 지원이라는 복지원칙을 흔들 수 있고, 대규모 재원이 소요되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 등을 고려할 때 도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기재부는 “기본소득을 먼저 검토한 해외 복지 선진국에서도 아직 도입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논의도 시기상조”라고 했다.

/기획재정부

이재명 지시가 내세운 ‘기본대출’에 대해서도 기재부는 “민간 금융시장 및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하여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금융위원회도 “정책 서민 금융의 목표, 재정부담 및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정부는) 시장실패를 보완하되, 미간 서민금융시장을 구축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공공조달 독점한 나라장터, 공정한가” 조달청 “나라장터 이용이 바람직”

이재명 지사는 “조달청의 나라장터(공공기관 물자 조달 시스템)가 공공조달을 독점하고 있고, 나라장터의 물품이 시중 판매가보다 비싸도 지자체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 지사는 지난 7월 올린 유튜브 영상에서 나라장터의 물품이 더 비싼 것에 대해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해서 나타난 결과라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며, 불공정 행위가 있었다면 강력한 처벌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기재부의 외청인 조달청은 “2010년부터 국회·감사원 등이 일부 기관이 자체 운영 중인 26개 전자조달시스템에 대해 중복 운영에 따른 기업 불편, 예산 낭비 문제 해소를 위해 나라장터로 일원화할 것을 요구해왔다”며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기반 기술 수준 등을 종합 고려 시 나라장터 통합 이용이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재명 지사는 지난달 조세재정연구원이 지역 화폐의 효과에 대한 부정적인 분석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자 “근거 없이 정부 정책 때리는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이 지사는 조세연을 비판하는 페이스북 글에서 “기재부와 협의로 과제를 선정해 연구하는 조세재정연구원이 왜 시의성은 물론 내용의 완결성이 결여되고 다른 정부연구기관의 연구결과 및 정부정책기조에 어긋나는 연구 결과를 왜 이 시기에 제출했느냐”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