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발광다이오드) 전문 기업 서울반도체가 독일 조명 유통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에서 판매 제품 회수 및 파괴 판결을 이끌어냈다.
13일 서울반도체에 따르면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은 최근 유럽 LED 조명 유통업체인 로이취스타크 베트립스가 판매한 필립스 LED 전구에 대해 즉각 판매 금지는 물론 2017년 10월부터 판매한 제품을 모두 회수해 파괴하라고 판결했다. 문제가 된 제품은 조명 회사 필립스의 자회사인 케이라이트(Klite)가 제조했다. 필립스는 작년과 올해 TV와 상업용 대형 모니터인 사이니지에 서울반도체가 특허를 낸 LED를 사용했다가 미국 법원에서 모두 패소했다.
서울반도체는 매출 기준 세계 4위 LED 전문 제조업체다. 업계 최다인 1만4000여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매년 매출의 1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1만건 넘는 특허 유지에만 연간 수백억원을 쓴다.
고려대 물리학과를 나와 삼신전기 부사장으로 일하던 이정훈(67) 대표는 1992년 서울반도체를 인수했다. 당시 매출 3000만원대 회사를 매출 1조원대의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이 대표의 특허에 대한 집념은 남다르다. 현재 글로벌 기업들과 20여건의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인 이 대표는 2018년 말부터 “특허침해 기업을 뿌리 뽑을 때까지 머리를 자르지 않겠다”며 ‘장발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는 “지식재산은 어려운 중소기업과 젊은 창업자들이 생존하고 계층 간 이동을 가능케 하는 사다리”라며 “회사를 책임진 리더로서 직원과 투자자를 지키고, 나아가 대한민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투혼을 (장발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독일 법원의 판결과 관련해 이 대표는 “지식재산권이 존중될 때 대학에 재정적 도움을 주고, 연구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생활비 지원도 할 수 있어 연구·개발이 더 활성화되는 선순환을 낳는다”면서 “앞으로 인공지능(AI) 시대에서도 특허는 필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