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말 시행된 새 임대차보호법 때문에 ‘전세난민’ 처지가 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가구 2주택자’ 논란을 피하기 위해 내놓은 경기 의왕 아파트도 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총괄한 정책 때문에 정작 본인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지난 8월 경기 의왕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전용면적 97.1㎡)를 9억2000만원에 팔았다. 하지만 2개월이 된 지금도 소유권 이전 등기가 마무리 되지 않았다. 매매 계약 당시 집을 비워주기로 했던 임차인이 마음을 바꿔 “더 살겠다”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2년을 더 살 수 있지만 집주인이 실거주하는 경우 계약갱신을 거부할 수 있다. 주택 매수자가 실거주하는 경우라면 계약갱신을 거부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계약금만 치른 상태에서는 매수자가 법적으로 소유권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세입자가 기존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기존 집주인 역시 집을 파는 입장이기 때문에 본인이 실거주한다는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부할 수 없다.
이 아파트 단지의 A 부동산중개사는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근처로 이사하려던 임차인이 살 집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매매 계약이 무산되면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귀책 사유가 있는 사람이 계약금의 2배를 위약금으로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주택 매각이 미뤄져서 ‘일시적 1가구 2주택’ 요건을 충족하는 기간이 지나버리면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양도소득세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홍 부총리는 현재 살고 있는 서울 마포구 전셋집 역시 임대차보호법 때문에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다. 집 주인이 전세 계약이 끝나는 내년 1월부터 직접 들어와 살겠다고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가 이 아파트에 들어올 당시 6억원대였던 전세 시세는 현재 9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6억원대로 다시 전세를 얻으려면 집 크기를 줄이거나 근처 낡은 아파트로 이사가야 한다. 하지만 전세 물량이 씨가 말라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도 홍 부총리는 이날 제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기존 임차인은 주거 안정 효과가 나타났다”고 자화자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