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이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통계청 국감에서 민주당 김경협과 통계방법론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자 "저한테 수업 들었으면 절대 좋은 학점을 못 드렸을 것 같다"고 했다./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

“제가 통계학 우스운 학점으로 이수했지만 이건 지구 상에 없는 통계 방식”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

“저한테 수업 들었으면 절대 좋은 학점을 못 드렸을 것 같다.”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관세청·조달청·통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강신욱 통계청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14일 통계청에 대한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장에서 ‘통계방법론’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과 전직 통계청장 출신인 유경준 의원이 맞붙은 것이다. 유경준 의원이 지난 7월 “통계 조사 방식이 바뀌지 않았다면 올해 1분기 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이 6.08배로 역대 최악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한 것에 대해 김경협 의원이 “그런 통계방법론은 듣도 보도 못했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 논쟁은 “제가 김 의원님 다니는 대학에서 통계학 가르치는 교수”라는 유 의원의 ‘사제 지간’ 발언으로 싱겁게 마무리됐다.

유경준 의원이 통계척 추론 방식을 통해 통계 조사 방식이 변경되지 않았을 경우 올해 1사분기 소득 격차가 역대 최악 수준으로 벌어졌을 것이라고 추정한 결과.

통계청은 2019년의 경우 2017~2019년의 기존 조사 방식을 적용한 소득 5분위 배율(5.8배)과 올해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조사 방식을 활용한 값(5.18배)을 함께 발표했다. 유 의원은 기존 조사 방식으로 산출된 2019년 1~4분기 소득 5분위 배율과 같은 기간 새로운 조사 방식으로 조사된 소득 5분위 배율이 일정한 격차(평균 0.67배 포인트)를 보인다는 점에서 올해 1분기 소득 5분위 배율이 6.08배(통계청 발표 수치 5.41배+신구 조사방식의 평균 격차 0.67배) 수준으로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김경협 의원은 이러한 유 의원의 추정에 대해 “2019년에는 기존 조사 방식이 있고, 변경 조사 방식을 동시에 다 썼는데, 이 두 가지는 표본 체계와 조사 방식이 달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그런데 두 결과 차이를 근거로 자의적으로 계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연구자들은 얼마든지 그런 방식으로 충분히 추정이 가능하지만 통계청은 그 방법에 대해 거리를 둘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후로도 “듣도 보도 못한 통계 방식”이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제가 사회통계학, 조사방법론, 계량경제학 우스운 성적으로 학점을 이수하기는 했다”며 “그런데 이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지구 상에 없는 방식”이라고 했다. “통계 조작을 넘어 정치공세용 통계 창작품”,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폄훼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하기 위해 통계 자체를 이렇게 완전히 창작해낸 창작품 수준”이라고도 했다.

그러자 경제학자이자 전직 통계청장 출신인 유경준 의원이 반격에 나섰다. 유 의원은 “제가 한 것은 통계적 추론이란 아주 우수한 방법에 근거한 추정”이라며 “앞서서 비교가 가능한 이유와 통계적 추론이라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했는데 그걸 안 들으신 모양”이라고 했다.

의원들 사이에 비판과 반박이 이어지며 긴장감이 흐르던 순간 유 의원은 “제가 의원님이 다니시는 학교의 교수이자 대학원장”이라며 “제가 성적을 직접 준 기억은 안나는데, 저한테 수업을 들으셨으면 절대 우수한 성적을 안 줬을 것 같다”고 했다. 통계청의 ‘통계 마사지’ 논란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공방이 이어지던 국감장에서 갑자기 ‘사제 지간’에 대한 유 의원의 발언이 나오자 여야 의원들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유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고려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유 의원은 노동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등에서 연구자로 일했고, 2015~2017년에는 통계청장으로 일했다. 한국기술교육대 테크노인력개발전문대학원 교수로서 최근까지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김경협 의원도 고려대에서 경제학 석사과정을 마쳤고, 한국기술교육대 대학원에도 다녔다. 김 의원이 고려대 대학원 후배인 셈이다. 김 의원이 한국기술교육대를 다닌 기간과 유 의원이 교수로 재직한 기간이 겹치지는 않지만 ‘사제 지간’에 가까운 사이인 셈이다.

유 의원은 “앞의 말을 좀 듣고 종합적으로 말씀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제가 교수로서 통계학을 가르치고, 경제학을 가르치다 보니… 할 수 없이 답을 드렸다”며 관련 발언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