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우리나라 정부의 ‘재정준칙’이 국가신용등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킴엥 탄 S&P 상무(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 신용평가팀)는 15일 오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신용평가’를 주제로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S&P는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평가하며, ‘안정적’ 전망을 부여하고 있다. 당분간 국가 신용등급이 오르거나 내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뜻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한국 신용등급 안정적…고령화 추세 등은 리스크"

킴엥 상무는 이날 ‘한국 정부가 발표한 재정준칙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국가 신용등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재정준칙이 현재 또는 향후 2~3년 국가 부채 수준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한국형 재정준칙’은 시행 시점이 문재인 정부 임기 후인 2025년으로 미뤄놔 ‘맹탕’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킴엥 상무는 “다른 국가들도 한국이 발표한 재정준칙처럼, 국가 부채의 한도를 설정하고 거기까지 도달했을 때 할 행동을 명시한 사례가 있다”면서 “그러나 (국가 부채가 한도까지 도달한) 시점이 되면 준칙을 바꿔 (앞서 정한) 원칙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고 했다.

다만 그는 한국 정부의 재정에 대한 태도는 높게 평가했다. 그는 “재정준칙 자체가 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지만, 한국 정부가 재정 관리에 보여주는 태도에 대해서는 함의를 얻을 수 있다”면서 “(국가부채에 대해) 선제적이며 투명성이 확보된 조치를 취한다는 건 한국에 대한 우리의 긍정적인 시각을 지지하는 방향”이라고 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가 60%에 도달하면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S&P의 신용등급은 국가 부채 수준 하나로만 결정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재정 지표가 안 좋아지더라도 대외 수지 등 다른 요소에 따라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킴엥 상무는 코로나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에 대해 “상대적으로 효과적으로 잘 대응했다”면서 “확진자 수가 (타 국가 대비) 낮은 게 이를 방증한다”고 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재정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데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인구의 고령화 추세, 한반도 정세 불안정성 등이 (재정 지출이 늘어날) 원인일 수 있다”고 했다.

◇"최악은 지났다, 그러나 회복에는 몇 년 걸려"

숀 로치 S&P 전무(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글로벌 경제 상황에 대해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는 게 녹록지 않지만, 2차 확산 등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확실히 그 이전보다 덜 하다”고 했다. 그는 오는 2021년 하반기쯤 백신이 개발·배포돼 긍정적인 영향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한국은 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깊은 경기 침체”라면서 “고용 역시 저점을 지났지만 회복세는 더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완전히 회복하는 데 수개월이 아닌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낮은 임금 인상률, 낮은 인플레이션, 저금리 기조 등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숀 전무는 “중앙은행이 저금리 기조를 오랫동안, 적어도 2023년까지는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S&P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0.9%로, 내년 성장률을 3.6%로 전망하고 있다.

S&P의 주요국 경제 성장률 전망/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