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과 네이버가 지분 교환 형식을 통해 전략적 제휴를 맺는다. 국내 물류·영상 콘텐츠 1위와 온라인 플랫폼 분야 1위 기업의 결합이다.
CJ그룹과 네이버는 14일 “양사 사업 협력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분야나 방식 등에 대해선 최종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CJ그룹 계열사인 CJ대한통운과 CJ ENM, ‘스튜디오 드래곤’의 주식과 네이버 주식을 맞교환하는 형식의 지분 투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의결권이 제한되는 자사주를 교환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규모는 8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네이버가 드라마 제작 회사인 스튜디오 드래곤 등 CJ 일부 계열사의 2대 주주가 될 가능성도 있다. 두 회사의 제휴는 ‘물류·유통’과 ‘콘텐츠’라는 두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네이버, CJ 손잡고 이커머스로 진격
CJ와 네이버의 전략적 제휴 소식이 전해지자, 가장 긴장하는 곳은 유통 업계다. 네이버의 유통 채널인 ‘네이버 쇼핑’에선 지난해 약 21조원이 거래됐다. 거래액 기준으로는 쿠팡(약 17조원), 이베이코리아(약 17조원)를 앞서는 국내 1위다.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쓱닷컴’(약 3조6000억원)의 6배에 이른다.
네이버는 거래 규모에서 압도적이지만 자체 물류·배송망이 없는 게 큰 약점으로 꼽혀왔다. 유통 업체들은 대규모 ‘풀필먼트 물류센터(배송·포장·재고관리를 한 번에 하는 것)’를 통해 당일배송·새벽배송 등 속도전을 벌였다. 네이버는 CJ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은 2018년 380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에 축구장 16개 면적(11만5700㎡)의 대규모 풀필먼트센터를 완공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경쟁력을 갖춘 물류센터를 지으려면 최소 1500억~200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며 “네이버 입장에선 이런 투자비를 아끼면서 CJ대한통운의 물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입장에서도 국내 최대 이커머스 업체를 안정적인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이번 제휴의 큰 매력이다. CJ대한통운은 이미 이곳을 통해 네이버 쇼핑 입점 업체의 물류를 담당하고 있다. 일부 네이버 쇼핑 입점 업체를 위해선 ‘24시간 내 배송’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유통 업체 관계자는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은 물류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적자를 무릅쓰고 경쟁 중”이라며 “두 회사가 손잡으면, 이런 출혈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CJ가 네이버 웹툰으로 드라마 제작
CJ와 네이버의 전략적 제휴는 콘텐츠 시장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국내 영상 콘텐츠 1위 사업자다. CJ ENM은 tvN 등 방송국과, ‘도깨비’ 등을 만든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도 갖고 있다. 네이버는 급성장 중인 글로벌 웹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CJ가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드라마·영화를 만들고, 이를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제공하는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다. 이미 스튜디오 드래곤은 네이버 웹툰 ‘유미의 세포들’ 등을 드라마로 제작 중이다.
박주영 숭실대 교수는 “앞으로 콘텐츠와 쇼핑이 결합하기 때문에 두 회사는 초기 상품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협력이 가능하다”며 “이번 제휴가 성공하기 위해선 네이버가 가진 막대한 고객 정보, CJ의 콘텐츠 제작 능력과 물류 인프라가 시너지 를 낼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