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白凡) 김구 선생의 자손들이 하버드대 등 외국 대학에 40억원대 기부를 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10억원대 세금이었다.
19일 국세청 등에 따르면, 김구 선생들의 후손에겐 김구 선생의 차남인 고(故)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이 해외대학 등에 기부한 42억원에 대한 증여세·상속세 등 명목의 세금 13억원이 확정됐다. 지난 6월 조세심판원이 당초 부과된 27억원의 세금 중 14억원에 대한 세금 납부 통지 처분을 취소했고, 김구 선생 후손들은 남은 13억원에 대한 세금 역시 행정소송 등으로 다퉈볼 계획이었다. 그러나 조세관련 행정소송은 조세심판원 결정이 통지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하는데, 행정소송이 제기되지 않은 채 90일이 지나면서 13억원의 세금이 그대로 확정된 것이다. 김구 선생 유족들은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데다 정신적·육체적으로 피로감이 커질 것으로 예상해 행정소송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신 전 총장은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2006년부터 10여년간 미국 하버드대, 브라운대 등에 42억원을 기부했다. 항일 투쟁의 역사를 알리는 ‘김구포럼’과 한국학 강좌 개설, 장학금 지급 등 한국을 알리는 데 써 달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김 전 총장이 지난 2016년 5월 별세하고 2년여가 지난 2018년 10월, 국세청은 김 전 총장의 자녀들에게 기부금에 대한 증여세와 상속세 27억원을 부과했다. 국세청이 김 전 총장 사망 후 상속세 조사를 실시하다가, 김 전 총장의 기부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현행법상 공익법인에 기부한 재산은 상속·증여세를 감면받을 수 있지만, 외국에 있는 대학은 국내에서 공익법인으로 등록돼 있지 않기 때문에 세금은 감면해줄 수 없다는 것이 국세청의 논리였다. 또 원래 상속·증여세는 상속이나 증여를 받은 사람이 내야 하지만, 이 경우처럼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또는 법인)에게 세금을 걷지 못할 때는 증여한 사람이 내야 한다. 해외 거주자에게 국내 과세 당국이 세금을 받아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증여자인 김신 전 총장의 자녀들에게 세금이 부과됐다.
김구 선생 후손들은 이에 불복해 지난해 1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조세심판원은 지난 6월 당초 부과된 세금 27억원 중 절반가량인 14억원에 대한 세금 납부 통지 처분을 취소했다. 2016년 이전에는 증여세를 내야 할 사람(김 전 총장)이 살아있을 때, 세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더라도 자손들이 세금을 내야 했다. 그러나 법이 바뀌어 2016년부터는 국세청이 증여세를 낼 사람이 살아있을 때 이를 알렸어야만 자손들에게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데, 김 전 총장이 사망하기 전 국세청이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논리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