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그의 경제 참모와 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세 기간 그는 ‘과거보다 나은 미국 건설’과 ‘중산층의 복원’을 구호로 내걸고 큰 정부로 선회할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내에서 실용주의자로 분류되는 바이든은 오바마 행정부 때 함께 일했고, 경제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는 중도 성향의 전문가들로 경제팀을 꾸릴 가능성이 높다. 다양성을 중시하는 민주당 성향상 백인 남성 일변도에서 벗어나 여성과 유색 인종이 중용될 가능성도 높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레이얼 브레이너드 미 연준이사회(FRB) 이사가 바이든 정부 초대 재무장관 1순위로 거론된다.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맥킨지 컨설턴트를 거쳐 오바마 행정부 때 재무부 국제관계 차관을 지냈고, 연준 내에서는 확장적 통화 정책을 선호하는 ‘비둘기 중의 비둘기’로 꼽힌다. 존 노리스 오크워스캐피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브레이너드 이사는 보수주의자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브레이너드처럼 오바마 행정부에서 재무부 차관을 지낸 세라 블룸 래스킨도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민주당의 경선 주자이자 바이든의 러닝메이트로도 거론됐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재무장관 유력 후보로 꼽힌다. 브레이너드와 마찬가지로 여성이지만, 성향은 거의 정반대다.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출신인 워런은 민주당 내 ‘급진 좌파’로 구분된다.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최저임금 인상부터 건강보험 공공화, 서민·중산층 보육 지원과 대학 학자금 빚 탕감을 핵심 공약으로 앞세우고, 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유세 신설, 거대 IT 기업 해체를 내건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나 레이먼도 로드아일랜드 주지사도 재무장관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강력한 재무장관 후보가 대부분 여성이란 점에서 미국 재무부 231년 역사상 첫 여성 장관이 탄생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민주당의 진보 진영에서는 워런 상원의원을 재무장관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노동장관에 임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지만 이 경우 더 많은 정부 규제가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측근들은 이런 일을 막기 위해 현직 상원의원을 장관 임명에서 배제하는 방침을 세울 예정이라고 악시오스가 지난 1일 보도했다.
오바마 행정부 때 바이든 부통령실의 수석경제보좌관을 지내 ‘바이든의 경제 교사’로 통하는 재러드 번스타인 예산정책우선주의센터(CBPP) 수석연구원도 중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컬럼비아대 사회복지학 박사인 그는 과거 미국 워싱턴의 진보 성향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PI)에 몸담았고,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 비판에 앞장서온 인물이다.
로저 퍼거슨 미국 교직원퇴직연금기금 회장도 바이든 경제팀 합류가 점쳐진다. 대표적인 흑인 경제학자로 1999년부터 2006년까지 미 연준 부의장을 지냈고, 2001년 9·11 테러 당시 해외 출장 중이었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을 대신해 금융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도 역할을 했다.
이 밖에 벤 해리스 노스웨스턴대 교수,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대 교수,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등도 안팎에서 바이든 경제 정책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들이다.
바이든은 경제팀과 함께 증세와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낮춘 법인세와 고소득자 세금을 다시 올리고, 현재 7.5달러인 연방 최저임금도 두 배인 15달러로 올린다는 공약도 내놨다. 하지만 바이든 경제팀의 앞길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공화당이 재정 건전성을 지켜야 한다며 바이든의 경제 정책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며 “수십년간 상원의원으로 재직한 바이든의 경험이 협상을 통해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