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경제 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 임무는 없다"고 말했다/조선중앙TV

북한 경제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1970년대부터 줄곧 마이너스(-)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제에 투입되는 자본·노동은 계속 늘었지만, 경제 구조의 효율성을 꾸준히 낮아졌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북한의) 체제가 변해야만 장기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걸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조태형 한국은행 북한경제연구실장, 김민정 한은 북한경제연구실 박사는 이런 내용을 담은 ‘북한의 자본스톡 추정 및 시사점’ 보고서를 9일 발표했다.

한 나라의 경제 성장률은 자본과 노동 투입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그리고 자본·노동 등 생산요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지를 뜻하는 총요소생산성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노동과 자본이 많이 투입될수록 경제 규모가 커지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기술 개발이나 경영 혁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생산성도 높아져야 한다.

/한국은행

연구진이 북한의 국내총생산(GDP) 성장 요인을 이 세 가지로 나눠서 본 결과, 북한의 총요소생산성은 1956~1969년에는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기여를 했지만 그 이후로는 줄곧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경제가 양적으로는 성장한 1970~1989년, 2000~2009년에도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연구진은 “북한은 경제 성장 초기에 외연적 성장을 달성하기도 했으나, 이후 총요소생산성 감소에 주로 기인해 성장이 정체되거나 부진한 회복세를 보였다”고 했다.

특히 북한에 대한 고강도 제재가 가시화된 2017~2018년에는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4.8%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0~2016년(-0.8%) 대비 크게 떨어진 것이다. 연구진은 “2000년 이후 북한 경제가 회복되면서 총요소생산성 감소율이 상당폭 완화됐으나 국제 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 영향으로 2017년 이후에는 총요소생산성이 재차 큰 폭의 마이너스를 나타냈다”고 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북한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큰 폭의 개혁·개방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북한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만큼 기업·농장의 소유 구조 및 운영 방식의 혁신을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 및 창의성을 증진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이 장기간의 성장 부진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도 폐쇄 경제로부터 개방 경제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