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화재·증권·자산운용 등 삼성 금융 관계사들은 12일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 위기에 선제 대응하겠다”면서 ‘탈(脫)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삼성생명·화재는 앞으로 석탄 화력 발전소에 직접 투자하거나 융자해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석탄 화력 발전소를 짓기 위해 발행한 회사채에도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삼성화재는 ‘석탄 화력 발전소 건설을 위한 보험은 받지 않겠다’고도 결정했다.

삼성증권·자산운용은 석탄 채굴·발전 사업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내용 등을 담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다음 달부터 실제 업무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 금융 관계사들은 다음 달 이사회에 이런 내용 등을 담은 ‘ESG 경영 추진 전략’을 보고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삼성물산도 석탄 관련 투자·시공·트레이딩 신규 사업을 중단하는 등 탈석탄 방침을 밝혔다.

이 같은 탈석탄 움직임은 ESG 경영이 강조되는 데 따른 것이다. ESG 경영이란 기업이 재무적인 성과 외에 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등 비재무적인 요소까지 고려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경영 이념이다. 미국 대선에서 친환경 정책을 강조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이런 트렌드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유럽에서는 기업 평가 및 투자에 ESG가 점차 중요한 기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올해 초 “발전용 석탄 등 지속 가능하지 않은 사업에는 자금을 빼겠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2월 네덜란드공적연금(APG)은 한국전력이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 등의 석탄 발전소 프로젝트에 연관됐다는 이유로 6000만유로 규모의 한전 지분을 매각한 바 있다.

우리나라 금융권에서도 자발적으로 ‘탈석탄 금융’을 추진하는 사례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지난 9월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국내외 석탄 화력 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신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채권 인수 등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NH농협금융의 김광수 회장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추가적인 (석탄 관련) 투자는 없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했다.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도 석탄 관련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책은행도 석탄 발전에 대한 투자를 줄이겠다는 방향을 세웠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국정감사에서 국내 석탄 관련 투자를 중단하고, 해외에도 정부의 수출이 없는 이상 신규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수출입은행도 석탄 관련 투자는 엄격하게 심사해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