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24%에서 20%로 내리기로 했다. 서민들의 고금리 대출에 따른 부담을 줄이겠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저신용자가 아예 대출을 못 받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불법 사금융 업체의 대출 광고/조선일보 DB

◇법정 최고금리, 3년 만에 24→20%로

금융위원회·법무부와 더불어민주당은 16일 당정 협의를 열고, 관련 시행령을 고쳐 내년 하반기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24%에서 20%로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낮추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국정과제였다. 정부는 앞서 지난 2018년 2월 법정 최고금리를 27.9%에서 24%로 낮춘 바 있다. 약 3년만에 추가로 인하하는 것이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법정 최고금리를 10%로 낮추자고 제안해 논쟁에 불을 붙인 바 있다. 이후 국회에서는 최고금리를 낮추는 법안이 여럿 발의됐다. 여당에서는 10%로 낮추자는 법안까지 나왔고, 야당에서도 20%로 낮추자고 법안을 냈다. 이후 정부는 “입법 과정에서 정부 의견을 내겠다”고 했지만, 시행령을 고치는 방식으로 돌아섰다.

정부는 “이자 경감 효과와 금융 이용 축소 우려를 종합 고려해 20%로 인하하기로 했다”고 했다. 실제 법정 최고금리가 낮춰지는 건 오는 2021년 하반기부터다.

정부는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20% 초과 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는 사람을 239만명(14조2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87%인 208만명이 계속 제도권에서 대출 받으면서 최고금리 인하의 혜택을 볼 것으로 추정했다. 매년 이자 부담을 약 4830억원 아낀다고 정부는 예상했다.

반면 13%인 31만6000명(2조원)은 제도권 대출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중에서 약 3만9000명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것으로 봤다.

최고금리 20% 인하에 따른 영향 추정/금융위원회

◇저신용자, 불법 사금융 밀려날 듯…정부 “서민금융 2700억 추가”

금융권에서는 이번 조치로 인해 중·저신용자를 주로 상대하는 2금융권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24% 시대에서도 생존을 걱정해야 했던 대부업체는 존폐가 불분명하게 됐다. 저축은행·캐피탈·카드사 등도 휘청거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체가산금리(3%포인트)를 고려하면, 상당수 대출은 17% 이하 금리로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연체 전 금리(최고 20%), 연체 시 금리(최고 20%)가 같기 때문이다. 17%라는 금리는 정부의 정책성 서민금융 상품인 햇살론17(17.9%)보다 낮다.

이에 따라 대부업체·저축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던 상당수 중저신용자는 불법 사금융 시장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민금융연구원이 대부업·사금융 이용자를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부업체 대출 승인율은 법정 최고금리가 27.9%였던 2017년에는 16.1%였다. 그러나 법정 최고금리가 24%로 낮춰진 이후인 2019년에는 11.8%로 떨어졌다.

정부 역시 일부 중저신용자가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게 된다는 부작용을 인정하고 있다. 정부는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향후 3~4년에 걸쳐 민간금융 이용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약 31만6000이 금융 이용을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 가운데 약 3만9000명(2300억원)은 불법 사금융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정부는 내다봤다. 정부는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연간 2700억원 이상 정책서민금융 공급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민간에서는 그보다 더 많은 수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포용적 서민금융을 위한 대부금융시장의 제도 개선’ 발표에서,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낮출 경우, 약 57만명의 대출 초과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들 상당수가 불법 사금융에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16일 국회에서 법정 최고금리 인하방안 당정협의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