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포티투마루 사무실에서 만난 김동환 대표는 “우리는 인공지능에게 말과 언어를 가르치는 일을 한다”며 “AI 기계 독해 기술은 감히 글로벌 넘버 1이라고 자부한다”고 했다. 왼쪽 사진은 포티투마루 기계 독해 기술이 적용된 LG유플러스숍 챗봇. 50만원대 스마트폰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에 챗봇이 여러 종류의 스마트폰을 제시했다. /이태경 기자

LG유플러스의 온라인숍 챗봇(Chatbot)에 ’50만원대 스마트폰 찾아줘'라고 입력하자, 챗봇이 아이폰7 32GB과 아이폰SE 2세대 64GB, LG Q8 2018, 갤럭시 A51 등을 화면에 띄웠다. ‘아이폰 SE 2세대 128GB 가격’을 치니 챗봇은 요금제에 따라 매달 내야 할 실제 금액을 보여줬다. 단순해 보이는 작업이지만 챗봇을 활용하면서 인간 상담원이 해야 할 일은 5분의 1로 줄였다. 이 챗봇엔 AI(인공지능) 스타트업 포티투마루(42Maru)의 QA(Question Answering) 기술이 적용했다. 인간 질문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해 백과사전처럼 방대한 데이터에서 단 하나의 정답을 찾아 답변하는 AI 기술이다.

◇기계독해대회서 구글과 공동 1위

포티투마루는 김동환(45) 대표가 2015년 SK커뮤니케이션즈를 그만두고 나와 만든 AI 스타트업이다. 지난 3일 서울 관악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당시 막 등장한 딥러닝(심층 학습)을 보니 기존엔 불가능했던 인공지능 검색이 가능하겠다고 판단했다”며 “인간의 사고 능력을 흉내 내는 수준의 인공지능을 만들어보자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부산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온 김 대표는 한때 한국 최고 검색 엔진 중 하나로 꼽히던 엠파스 엔지니어 출신이다. 하지만 네이버와 구글에 밀린 엠파스는 SK컴즈에 흡수됐고 그는 검색사업본부장을 하다 퇴사했다. 그는 “(엠파스에서 못 이룬) 최고의 검색 엔진을 만들겠다는 꿈은 끝나지 않았다”며 “AI 기반의 언어 처리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포티투마루의 개발팀은 2018년 스탠퍼드 대학이 주최한 글로벌 기계 독해 경진대회(SQuAD 2.0)에서 구글 AI 팀과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 스타트업은 인공지능이 글자나 음성을 인식해 정보를 찾는 분야에 특히 강하다. 김 대표는 “기존 검색은 이용자가 검색어를 입력하면, 검색 결과를 병렬식으로 쭉 나열한다”며 “인간은 그 검색 결과를 하나씩 들어가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인공지능이 질문자가 원하는 의도만 꿰뚫을 수 있다면, 딱 하나의 정답을 보여줄 수 있다”며 “우리가 개발하는 인공지능은 사람을 대신해 숱한 검색 결과를 하나하나 읽어보고, 필요한 정보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엔비디아·삼성도 주목

포티투마루의 기계 독해 기술은 실제 인간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예컨대 수천 페이지짜리 계약서를 AI가 인간 대신 검토해 독소 조항만 뽑아, 보여주는 식이다. 복잡한 설계도에서 빠진 부분을 찾아주거나, 팩스 기반으로 기록되는 수천 건의 무역 거래를 실시간 추적해 자금 세탁 여부를 확인하는 일도 가능하다. 포티투마루가 미국 엔비디아·인텔·아마존웹서비스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된 것도 이런 잠재력 덕분이다. 유럽 최대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테크스타즈에서 투자를 유치했고, 2019년엔 독일상공회의소에서 이노베이션 어워즈를 수상했다. 올 8월엔 KDB산업은행이 20억원을 투자했다.

김 대표는 “사실 1년에도 1~2번은 대기업의 인수 문의를 받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리스크(위험 요소)도 크다. 기계 독해 분야는 세계 1등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2위는 틈새시장을 찾는 처지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는 “작년에 영국 시장에 진출했다”며 “미국에선 구글, 아마존, MS(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치열하게 경쟁 중인데, 이 틈에 무주공산인 유럽에 먼저 거점을 꽂으려는 전략”이라고 했다. 그는 “2023년까지 영국 증권거래소 상장이 목표”라며 “세계 기계 독해 시장, 특히 QA 기술의 B2B(기업에 소프트웨어를 파는 시장)에선 구글을 뛰어넘는 톱 플레이어가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