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한 주식은 상장폐지 당하고, 투자한 부동산 사업은 인허가를 못 받는 등 이유로 중단됐다. 채권에 투자한답시고 관계회사나 지인에게 돈을 꿔줬다. 더군다나 투자자 돈을 빼돌려 운용사 대표가 자기 아파트를 사기도 했다. 전 청와대 행정관 남편의 통장에도 수십억원이 꽂혔다.

이런 ‘막장 펀드’에 5000억원 넘는 투자금이 들어갔다. ‘나라가 망하지 않으면 안전하다’는 말에 넘어간 투자자 돈이다. 희대의 금융 사기극 옵티머스자산운용 얘기다. 삼일회계법인이 옵티머스 펀드를 실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조선일보 DB

◇주식은 상장폐지 당하고

17일 국민의힘 사모펀드 비리방지 및 피해구제 특별위원회(사모펀드특위)가 입수한 삼일회계법인(삼일)의 실사 보고서 상세 요약본에 따르면, 옵티머스 펀드 투자처는 모두 63곳이다. 여기에 3515억원이 들어갔다. 아직 환매가 안 된 펀드 투자원금은 5146억원이지만, 나머지 자금들은 여러 곳으로 새어 나갔다.

가장 비중이 높은 투자처는 주식이다. 상장 주식(5곳)을 사는 데 1266억원, 비상장 주식을 사는 데 144억원을 썼다. 투자 솜씨는 형편없었다. 옵티머스 측이 돈을 넣은 상장사들은 상장 폐지되거나 거래정지를 당했다.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간 상장사는 성지건설이다. 옵티머스 측은 성지건설 지분을 사기 위해 관계사인 MGB파트너스에 1070억원을 빌려줬다. MGB파트너스는 옵티머스 ‘비자금 저수지’로 알려진 트러스트올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로, 옵티머스 2대 주주이자 조폭 출신인 이모 이사가 대표로 있는 곳이다.

옵티머스 측은 2017년 9월 성지건설 경영권을 따냈다. 그러나 기업을 멀쩡하게 경영하지 않고 펀드 사기의 경로 정도로 활용했다. 결국 성지건설은 상장 폐지됐다. 성지건설은 재상장을 추진하지만 재무 실적이 형편없어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게 삼일 측 판단이다. 삼일은 이 회사 주식의 회수 가능성에 대해 ‘C 등급’으로 평가했다. 한 푼도 못 건질 수 있는 부실 자산이라는 뜻이다.

그 외 스킨앤스킨·해덕파워웨이 등에 들어간 옵티머스 펀드 자금도 건지기 어렵다는 게 삼일 판단이다. 화장품 회사 스킨앤스킨은 ‘이피플러스’라는 회사에 150억원을 빼돌린 혐의(배임) 등으로 현재 거래 정지 상태다. 이피플러스는 윤석호 옵티머스 이사가 지분 100%를 소유한 곳이다. 해덕파워웨이 역시 상장 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옵티머스 측은 해덕파워웨이라는 법인으로 펀드 투자금을 받는 형식 등을 써서 돈을 빼돌렸다.

옵티머스의 비상장 주식 투자(144억원)도 별 볼 일 없다. 예컨대 69억원이 들어간 비상장사 ‘대한시스템즈’의 대주주는 셉틸리언이라는 회사다. 셉틸리언 대주주는 이모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다. 그는 옵티머스 사내이사이자 각종 문서 위조를 주도한 윤석호 변호사의 배우자다.

피켓시위하는 옵티머스 펀드사기 피해자들/뉴시스

◇부동산 투자는 인허가도 못 받아

옵티머스는 부동산 투자에 모두 1277억원을 썼다. 모두 26개 사업이다. 그런데 옵티머스가 투자한 부동산 사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4개 사업(687억원)은 사업조차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 인허가가 날 것으로 알고 투자했는데 승인이 안 나거나, 잔금을 못 내 사업이 중단된 경우 등이다.

옵티머스가 채권 투자 등으로 대여한 자금은 모두 724억원이다. 그런데 그 가운데 500억원은 옵티머스 측 관계사, 또는 관계인에게 빌려준 것이다. 특정 기업이 아닌, 특정 개인에게 대출을 내주기도 했다. 예컨대 옵티머스는 해덕파워웨이 최대주주 화성산업의 박모 대표에게 234억원을 쐈다. 삼일은 이 가운데 13억원만 건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청와대 행정관 남편 통장에 42억원…투자자 돈으로 대치동 아파트 구매

삼일은 사유가 불분명한 자금 이체가 모두 93건(314억원) 있었다고 밝혔다. 누구에게 돈을 보냈는지는 확인되지만, 왜 보냈는지는 도무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뜻이다. 예컨대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의 남편인 윤석호 변호사의 통장에는 모두 42억원이 들어갔다. 또 옵티머스 일당 중 핵심으로 꼽히는 유현권 스킨앤스킨 고문과 그의 아내에게도 54억원이 들어갔다.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의 개인 소유 회사 등에도 돈이 들어갔다.

삼일은 옵티머스 펀드가 투자하지 않고 여러 군데에 새어나간 돈도 상당히 있을 것으로 봤다. 여전히 자금 흐름을 알기 어려워, 향후 검찰 수사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수표 등으로 출금한 금액이 모두 863억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표가 어디에 쓰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개인에게 흘러간 돈도 218억원 있었다. 아예 사용처가 불분명한 경우도 314억원에 달했다. 옵티머스 펀드 자금은 김재현 대표 개인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를 사는 데도 쓰였다. 그나마 회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 자산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