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SK바이오팜·카카오게임즈·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증시 대형 신인들이 ‘따상(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 2배로 뛴 뒤 상한가)’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등판했다.

그러나 소액 개미 투자자들은 “나름대로 과감하게 베팅하고도 치킨값밖에 못 건졌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워낙 경쟁이 치열한 탓에 1억원을 넣고도 고작 2주(빅히트)를 배정받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다음달부터는 소액 투자자들도 최소한의 기준만 맞추면 공모주를 어느 정도 배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이 공모주 개인몫 절반은 ‘N 분의 1 추첨’ 방식으로, 소액 개미 투자자 몫으로 떼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물량도 현재 대비 1.5배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일반 공모주 청약 마지막날 서울 마포구 NH투자증권 마포WM센터를 찾은 개인 투자자들이 관련 상담을 하고 있다./뉴시스

◇공모주 개인 물량 절반은 ‘N 분의 1 추첨’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투자협회는 이런 내용 등을 담은 ‘기업공개(IPO) 공모주 일반 청약자 참여 기회 확대방안’을 18일 발표했다.

올해 코로나 사태 이후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IPO에도 관심을 가지는 개인이 늘었다. 공모 청약을 신청하면 향후 배정받는 물량은 청약 증거금에 따라 정해졌다. 예컨대 증거금을 1억원 넣어둔 사람에게 100주가 돌아가면, 1000만원 넣어둔 사람에겐 10주가 돌아간다는 뜻이다.

금융위는 “청약증거금 부담 능력이 낮은 사람들의 참여 기회가 제한됐다”면서 “청약경쟁률이 높은 경우에는 단 몇 주를 배정받기 위해 거액의 청약증거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고 했다.

실제 올해 ‘대형 신인’으로 불린 SK바이오팜·카카오게임즈·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에는 어마어마한 증거금이 몰렸다. 올해 8월 평균 청약경쟁률은 1559대 1 수준이었다. 경쟁률이 1000대 1이라는 건 공모가 2만원 주식 청약을 위해 증거금(50%) 1억원을 넣어도, 배정받는 물량이 10주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금융 당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 투자자 몫 최소 절반은 ‘균등 방식’을 도입해 배정하고, 나머지 절반 이하만 현행(청약 증거금 기준 비례) 방식을 쓰기로 했다.

균등 방식은 일정한 최소 청약증거금 이상을 낸 모든 청약자에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방법을 말한다. 예컨대 최소 청약증거금 이상을 넣은 사람에게는 모두 5주씩은 배정을 보장해주거나, ‘N 분의 1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뽑는 식이다. 만약 여유 자금이 넉넉하고, 물량을 많이 배정받길 원하는 사람은 청약 증거금에 비례하는 현행 방식을 신청해볼 수 있다.

금융 당국은 “일반 청약자 배정 물량의 미달을 최소화하기 위해 두 방식 간 비율을 사후적으로 조정하는 건 허용된다”고 했다. 예컨대 균등 방식 수요가 생각보다 적으면, 그만큼 청약 증거금 비례 방식 물량을 늘리는 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공모주 개인 투자자 몫 20→30%로

현재 코스피 공모주에서 개인 투자자 몫은 20%다. 기관 투자자 50%, 우리사주조합 20%, 하이일드펀드 10% 등이다. 코스닥에서도 개인 몫은 20%이며, 나머지는 코스닥벤처펀드(30%), 기관투자자(20%), 우리사주조합(20%), 하이일드펀드(10%) 등에 배정된다.

금융 당국은 앞으로 개인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키우기 위해, 우리사주조합 배정 물량(20%) 가운데 청약 미달분 일부(최대 5%)를 개인 투자자에게 배정하기로 했다. 만약 미달 물량이 5% 미만이면 모두 개인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지금은 우리사주 청약 미달물량이 모두 기관 투자자에게 배정되고 있다.

또 하이일드 펀드(신용등급 BBB+ 이하 채권과 코넥스 상장주식을 45% 이상 보유하고 국내채권을 60% 이상 보유)에 대한 공모주 10% 우선 배정 제도도 개선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하이일드펀드 공모주 우선 배정 물량을 5%로 줄이고, 나머지 5%는 개인 투자자에게 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체 공모주 물량 가운데 개인 투자자 몫은 현행 20%에서 최대 30%로 1.5배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여러 증권사 기웃거릴 필요 없어져

공모주 청약 마감일이면 여러 증권사 홈페이지에 들락날락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관사(증권사)가 여럿 있는 IPO 때, 투자자들은 여러 증권사를 통해 중복으로 청약하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앞으로 별도 전산 시스템을 만들어, 중복 청약을 금지하기로 했다.

투자자 보호 절차도 강화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IPO 공모주식은 상장 초기 가격 변동성이 크며,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격을 하회해 투자 손실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 등 투자 위험이 적힌 문구를 청약 광고 시 표기하기로 했다. 또 증권신고서에서 투자자 유형별 배정 물량 등 청약 배정원칙을 써두게끔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