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통합이 ‘9부 능선'을 넘었다. 지난 1일 법원이 한진칼의 유상증자를 허용해주면서다. 산은은 2일 한진칼 유상증자 대금 5000억원을 내는 등 ‘항공 빅딜’ 작업에 첫발을 뗄 예정이다.

그러나 여전히 ‘산은이 한진칼 주주로 참여하는 게 맞는가’ ‘구조조정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번 거래의 목표는 이해되지만 방식은 여전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사진=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그래픽=백형선

◇입법조사처 “항공 빅딜, 목표는 타당하나 수단은 글쎄”

국회 입법조사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를 합쳐 초대형 국적 항공사를 만들자는 ‘항공 빅딜’에 대해 “목표는 타당하나 집행과정 및 방법에는 논란”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일 발표된 ‘대형 항공사 M&A 관련 이슈와 쟁점-국가자금 투입과정 및 방식 검토’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이번 ‘항공 빅딜’의 목표에 대해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운송산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고용 불안을 해소해 노동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정책 목표는 타당하고 시의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나 항공산업 구조 재편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쓰는 수단, 즉 산은이 한진칼 주요 주주가 되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입법조사처는 “국가자금을 지원하는 등 인수·통합을 추진하는 방법, M&A 조력자로서 산은이 (한진칼) 주주 지위를 획득하는 점 등이 문제”라면서 “특히 (한진그룹이라는) 재벌 기업의 경영권 공고화를 위해 편법적으로 지원한다는 시비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으나, 관련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산은이 대주주 고통 분담, 공적 자금 회수 극대화 등 ‘구조조정 원칙’을 제대로 지켰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입법조사처는 “일반적인 기업 회생 절차와 달리, 기업의 충분한 자구 노력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 자금이 지원되고 있다”면서 “또 공적 자금 회수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보통주 취득 방식을 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한진칼)에 제3자 배정을 통한 투자를 시도한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이런 과정에서 관련 부처 간 협의, 사회적 공론화가 부족했다”고 했다.

입법조사처는 “기간산업 통합 추진과정에서 국회 및 유관부처의 면밀한 사전 검토와, 공적자금이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회수될 수 있는 투자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관련 정보 공개 및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정책집행 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DB

◇오늘 항공 빅딜 첫발 뗀다

입법조사처가 지적한 대부분 지점은, 한진칼 경영권을 둘러싸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분쟁을 벌이는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도 문제를 제기한 대목이다. 특히 산은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한진칼 주주가 되는 게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점이 그렇다.

그러나 지난 1일 법원은 KCGI 측이 제기한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한진칼의 신주 발행은 상법 및 한진칼 정관에 따라 한진칼의 아시아나 인수 및 통합 항공사 경영이라는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뤄진 것”이라면서 “한진칼 현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신주를 발행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 결정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간 통합의 최대 장애물은 사라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날 산은은 한진칼이 진행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한 대금 5000억원을 납입하며 ‘항공 빅딜’의 첫발을 뗄 예정이다. 대금을 치르면 산은은 한진칼 지분 10.7%를 보유한 3대 주주에 오른다.

산은은 다음날인 3일 한진칼이 보유한 대한항공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도 인수할 예정이다. 이후 이 자금은 대한항공에 들어가고, 대한항공은 이를 활용해 아시아나 인수 자금을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