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공룡’ 네이버가 금융의 꽃이라 불리는 대출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소상공인에게 최저 연 3.2% 금리로 대출해주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세웠다. 현재 정부는 네이버·카카오 같은 빅테크 사업자가 직접 계좌를 발급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 1위 플랫폼의 힘에 규제 완화까지 더해지면, 기존 금융권을 빠르게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AI 활용한 신용 평가로 소상공인에게 최저 3.2% 대출”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캐피탈과 제휴해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사업자를 위한 신용 대출 상품 ‘미래에셋캐피탈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을 시작한다고 1일 밝혔다. 자사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파는 중소 상공인 사업자 38만명에게 대출해주겠다는 것이다. 담보나 보증은 필요없는 ‘신용’ 대출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은행처럼 대출을 해줄 수 있는 금융회사가 아니다. 그래서 미래에셋캐피탈과 제휴하는 방식을 썼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대출 신청자의 신용을 평가해 정보를 넘기는 ‘대출 심사’를 담당하고, 실제 대출 실행은 미래에셋캐피탈이 하는 방식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대출 심사를 해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챙긴다.

금융권을 놀라게 한 것은 두 회사가 내건 금리 수준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이 대출의 최저 금리가 연 3.2%, 최고 금리가 9.9%라고 밝혔다. 2금융권인 저축은행·캐피털사 등보다 낮은 건 물론이고 시중은행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시중은행이 정책성으로 내놓은 대출 상품인 ‘코로나 2차 소상공인 긴급 대출’의 최저 금리가 2% 중후반대 수준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제 대출을 해주는) 캐피털사의 조달 금리가 연 2% 초중반 수준이라는 걸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금리”라고 했다.

더구나 이 상품의 대상은 월급이 또박또박 들어오는 고소득 직장인이 아닌 온라인 중소상공인이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온라인 중소 상공업자는 폐업률이 높고 오프라인 매장도 없기 때문에, 기존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기 어렵다”면서 “꼭 대출을 받으려면 연 15~24% 고금리 대출 상품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스마트 스토어 사업자들의 매출 흐름, 단골 비중, 고객 리뷰, 반품률 등 데이터를 활용하면 충분히 신용을 평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 정보가 부족하더라도, 네이버에 입점해 장사한 내역을 보면 믿고 돈을 빌려줘도 되는지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구체적인 사업 방식을 공개하기 전부터 금융권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미 미국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 등은 입점 업체에 대출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앞으로 계좌 발급·후불 결제도 열린다

정부는 빅테크·핀테크가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도 추진하고 있다. 국회 윤관석(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장은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빅테크·핀테크가 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을 구체화하는 등 내용이다.

네이버·카카오 등이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합 지급 결제 사업자’의 경우, 기존에 은행 등 금융회사만 할 수 있던 계좌 발급까지 할 수 있다. ‘네이버 통장’을 월급 통장으로 쓰면서 공과금이 빠져나가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금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계좌에 넣어둔 돈에 이자를 줄 순 없지만, 네이버페이 결제 실적 등에 비례해 ‘포인트’를 주는 건 허용된다. 또 마치 신용카드 쓰듯, 간편 결제 서비스로도 후불 결제하는 걸 30만원 한도 내에서 허용해주기로 했다. 사실상 준(準) 은행이자 카드사 같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