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재테크의 지형도 바뀌었다.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주식 투자자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부동산은 정부 정책이 수시로 바뀌어 전문가들도 헷갈리는 지경이 됐다.
이런 불확실성의 시대, 투자자들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국내 최고의 재테크 고수들이 4일 ’2021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 모였다. 이번 박람회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불가피하게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고수들의 강연은 모두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해마다 서울 대치동 세텍(SETEC)을 가득 채운 열기가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겨온 듯했다. 강연을 듣기 위해 실시간 2000명 안팎의 시청자들이 동시 접속했고 누적 조회 수는 3만회를 넘었다.
◇코로나 위기 초월할 투자법
국내 주요 금융사의 스타 PB(프라이빗뱅커) 5인방은 한목소리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 센터 팀장은 “내년에는 친환경이 메가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영웅 신한은행 PWM 강남PIB센터 팀장은 “과거 사례를 보면 미국 정권 이양기에 주식시장이 좋았다”며 주식 투자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정세호 한국투자증권 강남센터 V 프리빌리지 팀장은 “내년 주식시장은 ‘상고 하저’를 예상한다”며 “올해 성장주 위주로 투자했다면 내년엔 가치주, 배당주 등으로 고루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2년 반 만에 1000원대로 떨어진 원·달러 환율에 대해 이은경 우리은행 TCE 강남센터 팀장은 “달러 약세가 장기화하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1050원 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달러 투자 차원에서 해외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강원경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 지점장은 “내년 상반기에 국내 채권 금리가 상승할 것 같다”며 채권 투자 매력은 떨어질 것이라고 봤다.
기조 강연에 나선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는 “현재 어느 나라에서든 전통 산업 주식은 소외된 상태”라면서 “내년에는 소외됐던 주식을 중심으로 중국 등 신흥국 시장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경제 분야 베스트셀러 ‘부의 대이동’을 쓴 오건영 신한은행 IPS(투자상품서비스) 기획부 팀장은 “주식시장이 뜨거울수록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보험을 든다는 생각으로 달러와 금에 분산 투자하라”고 말했다.
인기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를 운영하는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김 프로)은 ‘성동격서(聲東擊西)’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지나치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 자산을 피하고, 현재 소외된 자산에서 투자 기회를 찾으라는 것이다. 그는 ‘동학 개미’가 기관·외국인 못지않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내년 집값 오른다 vs 내린다
이날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부동산 배틀’이었다. 내년 집값 전망을 놓고 부동산 전문가 2명이 상반된 전망을 내놨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예전엔 수요가 증가하면서 집값이 올랐는데 2018년 이후 집값 상승은 매물 부족 때문”이라며 “국내 부동산 시장은 버블(거품)이 심해 집값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수요가 늘려면 다주택자들이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야 하는데 높은 취득세와 대출 규제로 발이 묶였다”며 “전셋값 상승으로 무주택자들이 ‘영끌’해 수요를 지탱하고 있는데 이 수요는 오래 못 갈 뿐만 아니라 미래에 살 것을 당겨서 산 거라 앞으로 수요는 더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위원에 이어 연단에 오른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올해 코로나19로 모두가 실직할 것 같았지만 주식이나 가상 화폐 등으로 소득이 증가한 사람이 많다”며 “부동산 시장이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내년 서울 아파트 값 상승률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9.9%는 될 것”이라며 평수가 크면 클수록 좋다는 ‘거거(巨巨)익선’이란 화두를 던졌다. 내년에는 그동안 덜 오른 대형 평형도 많이 오를 것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