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갓 변호사가 된 30대 A씨는 최근 서울의 고가 아파트를 구입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국세청이 조사에 나서자 A씨는 5촌 친척 B씨에게서 돈을 빌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세청 조사 결과 아파트 구입 비용은 A씨의 아버지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었다. A씨의 아버지가 B씨의 어머니 C씨에게 송금한 돈을 B씨가 받아 A에게 빌려주는 방식으로 우회 증여한 것. A씨는 4촌·5촌 친척까지 동원해 돈을 돌렸지만 결국 증여세 수억원을 추징당했다.
유아 스포츠 클럽 대표인 D씨는 소득이 얼마되지 않는데도 수억원짜리 부동산을 구입했다. 국세청은 D씨가 증여세를 탈루한 것으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증여세 대신 소득세를 탈루한 사실이 드러났다. 수강료를 개인 계좌로 받은 뒤 신고를 누락하는 방법으로 돈을 모아 부동산을 산 것. 국세청은 D씨에게 소득세 수억원을 추징하고 현금영수증 미발행으로 과태료도 수억원 부과했다.
국세청은 A씨, D씨 등 부동산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은 1543명을 조사해 1203억원을 추징했다고 7일 밝혔다.
다양한 적발 사례도 나왔다. 특히 소득이 적은 자녀와 허위의 차입계약을 체결하고 부동산 구입 비용을 증여하는 사례가 많았다. 소득이 적은 직장인이 아버지로부터 수억원을 빌려 고가의 아파트를 사면서 30년에 걸쳐 돈을 갚겠다고 계약한 사례도 있었다. 국세청은 30년 계약이 현실적이지 않고 실제로 갚은 돈도 없어 허위의 차용계약으로 판단하고 증여세를 추징했다.
전세도 고가면 의심을 받는다. 소득이 적은 직장인이 고가 아파트를 ‘갭투자’로 구입하면서 고액의 전세로 들어간 사례를 조사해보니 어머니가 갭투자 비용 수억원과 전세 보증금까지 대신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소득이 적은 30대가 수억원짜리 전세에 살면서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닌 사례도 적발됐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전세금을 빌렸다고 주장했지만 원금은 커녕 이자도 갚은 적이 없어 증여세를 추징당했다.
학원 수강료를 개인계좌로 받아 신고를 누락한 돈으로 부동산을 구입한 사례도 적발됐다. 법인 명의의 학원과 자기 개인 학원을 운영 중인 학원장 E씨는 수억원의 부동산을 구입했다. 수입에 비해 과도한 부동산을 구입해 조사해보니 법인 명의 학원의 수강료를 자기 개인 계좌로 받아 신고를 누락하고 부동산 구입 비용으로 쓴 것으로 확인됐다. E씨는 자기 개인 학원의 수강료도 현금으로 받아 소득세를 탈루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이 없는 자녀가 아파트를 산 경우도 있었다. 소득이 없는데 수억원짜리 아파트를 산 30대를 조사한 결과 축산업을 하는 아버지로부터 현금 수억원을 증여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국세청은 조사 과정에서 아버지가 소득 신고를 누락한 사실까지 확인해 증여세는 물론 소득세도 추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