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안 팔리면 다 갖다 버려야 해요. 그렇다고 꽃집에 꽃을 안 갖다 놓을 수도 없고. 매일 팔리지 않아 시들어버린 꽃을 버리는 그 마음 아세요?”
지난해 서울 광진구에서 꽃집을 개업한 손모(34)씨는 요즘 가슴이 뭉개진다. 꽃가게 직원으로 일해오다 작년 하반기에 처음으로 가게를 차렸는데, 계속되는 불황에 코로나까지 덮치며 더는 가게 운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10평짜리 꽃집 차리는 데 인테리어 비용 등 6000만원이 들었는데, 요즘엔 월세 빼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입학식·졸업식 다 취소되고, 기업 행사 다 취소되고, 심지어 결혼식도 미루고 있어 멀쩡한 꽃 버리는 날만 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새로 문을 연 기업 수가 거의 100만개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계속되는 불황 등으로 ‘눈물의 폐업’도 늘면서, 창업 1년 이상 버틴 기업은 10곳 중 6곳, 5년 이상 버틴 곳은 10곳 중 3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 기업 생존율은 63.7% 불과
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기업생멸 행정통계 결과'에 따르면, 작년에 새로 경제활동을 시작해 매출을 일으키거나 상용 근로자를 고용한 신생 기업은 99만7000개로, 3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1년 전(92만개)보다는 8.4% 증가한 수치로, 2014년(12.6%) 이후 최대 폭 증가다. 활동 기업 중 신생 기업 비율인 신생률도 15.3%를 기록, 조사가 시작된 2011년(15.3%) 이후 가장 높았다. 신생 기업 중 법인 기업은 7만6000개로 전년 대비 10.3%, 개인 기업은 92만개로 전년 대비 8.2% 늘었다. 개인 기업 증가 폭으로 따지면 2014년(12.8%)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창업의 양(量)만 늘었을 뿐, 질(質)은 되레 악화됐다. 이번 집계(2018년 기준)에서 신생 기업의 1년 생존율은 63.7%, 5년 생존율은 31.2%에 불과했다. 신생 기업 1년 생존율은 2016년 65.3%, 2017년 65.0%로 낮아졌고 2018년에 1.3%포인트 더 떨어졌다. 산업별로 보면, 금융·보험업의 1년 생존율이 51.9%, 5년 17.6%로 가장 낮았다. 보험중개사나 대출 모집인과 같은 개인 사업자들은 진·출입이 빈번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 밖에 도·소매업(59.5%), 사업시설관리(59.7%), 예술·스포츠·여가(61%)도 1년 생존율이 낮았고, 자영업 비율이 높은 숙박·음식점업 1년 생존율 역시 62.2%로, 전체 평균(63.7%)에 미치지 못했다.
◇영세 1인 기업 대다수, 매출 5000만원 미만이 72%
신생 업체 생존율이 낮은 것은 코로나 이전인 지난해에도 경기가 좋지 않았던 데다 자영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1월 경기도에서 삼겹살집을 차린 김모(55)씨는 “다니던 직장에서 나온 뒤 작은 식당을 차리고 소주 1+1 행사까지 벌였지만, ‘개업발’조차 못 냈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종사자 1인이 하는 영세 기업은 89만3000개로 지난해 신생 기업 전체(99만7000개) 가운데 89.6%를 차지했다. 특히 이 1인 기업들은 전체 소멸 기업의 91.6%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생 기업은 매출액 기준으로 따져도 영세한 곳이 대다수였다. 이번 통계에서 매출액이 5000만원 미만인 곳은 10곳 중 7곳(71.9%) 정도였다. 5000만~1억원 미만도 11만5000개(11.5%)에 불과, 사실상 신생 기업 10곳 중 8곳은 1억원 미만이었다.
신생 기업의 대표자 연령은 40대가 가장 높은 비율(27.7%)이었지만, 60대 이상도 크게 늘며 17.1%를 차지했다. 결국 60세 이상 고령층이 홀로 운영하는 영세 기업이 많아졌고, 경기 여파 등으로 폐업하는 비율도 자꾸 높아졌다는 뜻이다.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신생 기업의 폐업 비율이 더 크게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번 통계는 2019년을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고, 올해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인한 경기 상황을 반영한 통계치는 내년에 나올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