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친환경 분야’에 앞장서 사회에 기여하겠습니다.”

해방 전 세워진 방직 기업을 ‘수(水)처리’라는 친환경 산업의 선도 기업으로 키워낸 이동건(82) 부방테크로스 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기업가로서의 사명감을 강조했다. 그가 이끄는 테크로스는 세계 선박평형수 처리 장치(BWMS) 시장에서 수년간 점유율 1위다. 그는 국내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8일 ‘제57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선박평형수 처리장치(BWMS) 세계 1위 업체를 이끄는 이동건 부방테크로스 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친환경 분야에서 앞서 나가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8일 국내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김연정 객원기자

◇방직 업체에서 친환경 기술 선두 기업으로

부방테크로스 그룹은 1934년에 세워진 부산방직을 이 회장의 부친인 고(故) 이원갑 회장이 해방 직후 인수하면서 출발했다. 당시 이 회장에게 사업은 먼 이야기였다. 학생 시절에는 학보인 ‘연세춘추’ 첫 학생 편집장을 지냈고, 이후 ‘혼자 힘으로 더 배우겠다’며 미국으로 건너가 식당에서 접시 닦으며 공부했다. 그러다 1968년 사업을 도와달라는 아버지의 부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 회장은 “섬유산업이 언젠가 사양 산업이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서 “앞으로 국민소득이 늘고 선진사회로 가면 무엇이 필요할지 늘 고민했다”고 했다. 밥솥 명가로 유명한 생활가전기업 ‘쿠첸’이 그 고민의 결과다.

2010년에는 수처리 전문 기업인 테크로스를 인수했다. 이 회장은 “방직업을 할 때 국민한테 가장 필요한 건 입을 옷이었다”면서 “지금 가장 필요한 분야는 친환경 산업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테크로스는 선박평형수 처리 장치(BWMS)를 만드는 업체다. 선박평형수란 선박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선박 내부에 저장하는 물을 말한다. 선박평형수를 맘대로 버리면 바닷물이 오염되기 쉽다. 그래서 국제해사기구(IMO)는 국제 항로를 오가는 모든 선박에 BWMS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기 시작했다.

테크로스는 친환경 BWMS를 개발해 전 세계 40국에 수출하고 있다. 2010년 인수 당시 중소기업이던 테크로스는 이제 전 세계 40조원 규모의 BWMS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7%의 선두 업체로 성장했다. 인수 첫해 120억원이던 매출은 올해 2400억원(예상치)으로 급성장했다.

부방테크로스는 지난해 산업용 수처리, 공공 하수처리시설 운영 등을 하는 ‘테크로스 워터앤에너지’ ‘테크로스 환경서비스’를 LG전자로부터 인수했다. 해상 수처리에 이어 육상 환경사업으로 사업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장수 기업 비결은 신뢰 지킨 것”

이 회장은 스스로에 대해 “두 가지 인생을 걸어왔다”고 말한다. 하나는 남을 돕는 사회봉사인으로서의 삶, 다른 하나는 남에게 물건을 파는 ‘장사꾼’의 삶이다.

그는 2006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대 사회봉사 단체인 국제로터리클럽 회장직을 맡았고, 2010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맡았다. 2016년부터는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 회장은 “오늘날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건 여러 사람의 신세를 졌기 때문”이라면고 늘 말한다.

기업이 80년 넘게 살아남고 성장한 비결은 뭘까. 이 회장은 ‘신뢰’라고 답했다. 그는 “선친께서 어려운 시기에도 직원 월급은 거르면 안 된다고, 우리가 힘들어도 납품 대금은 결코 늦어져선 안 된다고 누누이 당부했다”면서 “약속을 잘 지키고, 주변에 신세 지고 있다는 것만 명심해도 좋은 ‘장사꾼’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