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가격이 치솟으면서 집 없는 노년층에게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오죽하면 부동산 정책을 주도하는 경제부총리마저 지난 10월 임대차보호법 때문에 살던 마포 전셋집을 비워줘야 했지만 정작 자신 소유 의왕시 아파트의 세입자를 내보내지 못해 ‘전세난민’으로 주목받았을 정도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5262건으로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44%나 급감했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에 따르면, 1000가구 이상 규모의 전국 아파트 1798개 단지 가운데 1299곳(72%)에서는 전세 매물이 5건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전세 매물이 희소하다는 뜻이다.
◇입주 물량 감소에 분양가상한제·임대차 3법까지
최근 전세 대란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꼽힌다. 우선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가 준공되면 40~60%는 임대 물량으로 채워져 전세 공급이 늘어난다. 그러나 올해 전국 아파트 예상 입주 물량은 약 32만 가구에 불과하다. 보통 40만~45만 가구는 공급돼야 주택시장이 안정된다고 평가받는다. 더구나 내년 입주 물량은 올해보다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은 전국 약 26만5000가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또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며 시세 차익을 기다리는 분양 대기자가 늘었다. 서울 인기 지역 청약에 당첨되면 5억~6억원의 시세 차익이 보장되니 생긴 일이다. 서울의 청약 통장 가입자는 654만명에 달한다. 청약 대기자가 늘면 자연히 전세 수요가 늘어난다.
지난 7월 임대차 3법 실시는 이러한 상황을 증폭시켰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에게 4년간 살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내용인데, 국회 통과 전 체결된 임대차 계약에도 연장 권리를 인정해 전세 공급 물량을 감소시켰다. 전월세 상한제는 보증금 상승 폭을 제한해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지만, 오히려 집주인들이 한꺼번에 전세 보증금을 올려받으려는 단초를 제공했다.
전세 대란은 무리한 ‘영끌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영끌 투자는 곳곳에서 돈을 빌려다 집 살 돈을 마련한다는 뜻이다. 전세를 구하기 어려워지면 세입자들이 최대한 빚을 내서라도 서둘러 주택 매입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부동산 경기 침체 및 금리 상승기에 ‘빚 폭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
‘깡통전세’ 문제도 나올 수 있다. 깡통전세란 빚이 많은 집주인이 전세까지 비싸게 들였다가 둘 다 갚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집주인이 대출금을 못 갚으면 주택은 경매에 넘어가고, 경매에 넘어간 주택의 매각가율은 시가 70~80% 선이다. 그러면 세입자들이 보증금 일부를 떼일 수 있다. 현재 전국 주택 평균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70%를 넘었기에 반드시 주의해야 할 문제다.
◇수도권 외곽, 3기 신도시 이주 고민해야
세입자들은 이제 전세 대란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상황에 맞는 효율적인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서울 대신 입주 공급량이 많은 지역으로 옮기는 걸 고려해볼 수 있다. 하남·남양주는 내년 상반기 이후 단기 입주량 증가가 예상된다. 검단신도시 및 루원시티 입주가 시작되는 인천 역시 향후 전셋값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기회에 3기 신도시 대상 지역으로 이사해 청약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것도 방법이다. 3기 신도시 분양은 해당 지역 주민에게 청약 우선권을 준다. 예컨대 경기도는 해당 시·군 거주자 30%, 경기도 20%, 서울·인천 50%로 배정한다. 만약 하남 거주자가 청약을 넣을 경우, 하남시 지역 우선 공급(30%)에서 떨어지면 경기도(20%)에 다시 포함되고 경기도에서 떨어지면 수도권(50%)에 포함돼 추첨 대상이 된다. 세 번의 기회를 얻어 상대적으로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입자들은 깡통전세에 대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집값 변동성이 큰 주택이나 갭 투자 성행 지역에 세입자로 들어갈 땐 전세금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걸 고려해볼 수 있다.
또 만약 보증금을 못 돌려받을 때는 임차권 등기명령을 이용해볼 수 있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면 확정일자가 필요한데, 임차인이 이사하면 확정일자가 있더라도 실거주가 아닌 탓에 우선 변제권이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세입자가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하면 이사하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가 유지될 수 있어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