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도입되는 새 전기요금제는 세 가지 요금 인상 요인을 안고 있다. 전기사용량이 적은 1~2인 가구에 대한 감면 혜택을 폐지하기로 한 것이 그 첫 째다. 해당 가구들로서는 감면 혜택 종료와 동시에 전기요금이 바로 오를 수밖에 없다. 한전으로서는 단기간에 가장 확실한 인상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2016년 8월 17일 한국전력 서울지역본부에서 직원들이 내일 배달 될 전기요금 고지서를 준비하고 있다./이태경 기자

둘째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이다. 유가나 천연가스 국제 가격에 전기요금을 연동시킨다는 것인데 언뜻 보면 반드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라고만 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내년 상반기에는 전기요금 인하 효과가 나타난다. 코로나 여파로 크게 낮아진 유가가 반영되면서 4인 가구(월 평균 사용량 350kWh)의 경우 전기요금이 월 1080원가량 내린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 효과가 확산되고 국제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면 유가가 오르면서 내년 하반기 이후 전기요금은 언제든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로 인해 유가가 역대급 저점을 찍고 더 이상 떨어지기 힘든 시점에 도입됐다는 점에서 연료비 연동제는 사실상 인상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유가 오르면 전기요금도 따라 올라

값싼 원전을 줄이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값비싼 LNG 비중을 높이고 있는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계속 되는 한, 연료비 연동 전기요금은 원유와 LNG 등 국제 연료 가격 인상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원전 발전 원가는 kWh당 56원, LNG 발전원가는 154.5원이었다. LNG 발전 원가가 원자력 발전의 약 3배였다. 정부는 다만 “연료비 등락에 따른 급격한 전기요금 변동을 막기 위해 최대 인상·인하 등 변동 폭을 kWh당 직전 분기 전기요금 대비 3원을 넘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또 단기간 유가 급등 등 예외적인 상황이 일어날 경우 정부가 요금 조정을 유보할 수 있도록 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최근 6년간 한전 부채·영업이익

새 전기요금 체계에서 셋째 인상 요인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른 기후·환경 비용 증가다. 정부는 이번에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면서 kW당 0.3원의 석탄 발전 감축 비용을 신설했다. 기존 전기요금에 이미 반영해왔던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의무 이행 비용과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비용에 더해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 등에 따른 석탄 발전 감축 비용을 전기요금에 추가한 것이다. 정부는 이 세 비용을 ‘기후환경 요금’이라는 항목으로 묶어 전기요금 고지서에 별도로 표기하기로 했다. 전체 전기요금에서 4.9% 수준이다. 하지만 산업부 관계자는 “기후·환경 비용은 추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비중 증가,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 증가 추세에 따라 어느 정도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전의 기후환경비용은 2015년 1조원에서 2017년 2조원, 2019년 2조6000억원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다.

2017년 7월31일 국회에서 열린 탈원전 정책 긴급 당정협의. /연합뉴스

◇LNG·신재생 늘수록 전기료 인상 불가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kWh당 발전원가가 200.1원으로 원전의 거의 4배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늘면 발전 비용은 상승이 불가피하다. 유가가 크게 오르지 않더라도 전기요금은 구조적으로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전이 여론의 비판을 무릅쓰고 전기요금제 개편에 나서는 이유도 경영 상황이 한계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한 국제 유가 폭락으로 간신히 흑자 전환했지만 내년 이후는 안심하기 힘들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두부(전기료)가 콩(연료비)보다 싸졌다”며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한전은 지난해 여름철 주택용 전기요금 할인을 상시화하는 대신 정부에 연료비 연동제 도입과 저소득층을 위한 전기요금 할인 혜택 폐지 등을 요구해 왔고 결국 정부가 이번에 이를 수용한 것이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탈원전·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 등 국민적 합의 없이 추진한 정부 정책의 부담을 결국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