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3조원 이상 규모로 내년 1월 지급할 예정인 3차 코로나 재난지원금에 ‘자영업자 임대료 지원’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영업이 제한되거나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임대료 등을 직접 지원해주는 방안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20일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상향으로 소상공인들이 제대로 장사를 못해 피해를 입는데 임대료 등은 그대로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 부분을 정부가 한시적으로 지원해주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자영업자 임대료 지원은 주로 간접적인 방식이 거론됐다. 임대료를 낮춰주는 임대인을 정부가 지원해서 임대료 인하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른바 ‘착한 임대인 운동’으로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낮춰주면 정부가 인하액의 절반을 소득·법인세에서 세액공제해주는 제도다. 정부는 ‘착한 임대인 운동’ 기한을 내년 6월 말까지로 연장한 상태다.
그러나 코로나 3차 대유행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생사의 기로에 놓이면서 임대료 지원 필요성이 대두됐다. 정원석 소상공인연합회 본부장은 “현재 자영업자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건 고정비, 그중에서도 매달 나가는 임대료”라며 “‘착한 임대인'은 세금 혜택도 너무 적어 참여율이 1.4%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일본, 독일, 캐나다 등은 자영업자 임대료를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매출이 감소한 자영업자에 대해 최대 600만엔(약 6370만원) 한도 내에서 여섯 달 치 임대료를 지원하고, 독일은 문을 닫는 업체의 고정비를 최대 90%까지 지원한다.
당정은 ‘임대료 지원’ 항목을 신설하기보다는 코로나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게 현금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도 상당 부분이 임대료를 내는 데 들어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지원금을 ‘임대료’로 한정 짓기보다는 지급하는 규모 자체를 늘려주면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알아서 임대료를 내는 데 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임대료 지원에 필요한 증빙 등 각종 행정적인 절차상의 효율성 측면을 고려해 용처를 구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임대료 지원 명목으로 3차 재난지원금 규모를 늘리면 코로나 확산으로 폐업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숨통을 트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문제는 재원이다. 지난 2차 재난지원금의 경우 일반 업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 243만명에 100만원, 집합제한업종 32만명에 150만원, 집합금지업종 18만명에 200만원씩 지급하는 데 총 3조3000억원이 들었다. 여기에 자영업자 임대료가 더해지고 민주당 일부에서 요구하는 대로 청년·저소득층·특수고용자 지원까지 추가되면 3차 재난지원금 규모는 4조원을 가볍게 넘어 5조원에 육박할 가능성이 있다.
일단 정부는 내년 본예산에 편성된 소상공인 지원금 3조원에 올해 다 못 쓴 새희망자금 5000억원, 그리고 목적예비비 3조8000억원 중 일부를 더해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지원금 규모가 예상 밖으로 늘어나면 내년 558조원의 수퍼 예산에도 불구하고 1월에 추경을 편성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민주당은 아직까지는 추경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임대료 직접 지원 대신 3차 재난지원금에 간접 지원을 더하는 방식을 쓰면 추경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가령 ‘착한 임대인’에게 재산세 인하 혜택을 더 주거나, 자영업자에게 추가 대출을 통해 임대료를 지원하는 방안 등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코로나가 안정되지도 않았는데 내수 살리겠다며 소비 쿠폰을 뿌리는 등 정부의 방역에 문제가 있었다”며 “내년 예산과 경제 정책 방향에 3차 확산이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아 결국엔 추경을 편성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