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전국민에게 줬던 긴급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가 30% 정도라는 국책연구원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14조2000억원을 뿌렸는데 매출은 4조원 밖에 늘어나지 않은 것이다.
KDI(한국개발연구원)는 23일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마트 등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는 업종에서 전체 투입 예산 대비 26.2~36.1%의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났다. 매출 증가분은 총 4조원으로 추정됐다. 월별 카드 매출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다.
KDI 관계자는 “나머지 70%는 저축을 하거나 빚 갚는데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전체 카드 매출은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던 2월말 전년 동기 대비 -11.9%까지 감소했지만 재난지원금 지급 후인 5월말 전년 동기 대비 13.9%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업종간 효과에 차이가 컸다.
의류, 가구 등 내구재는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매출이 크게 늘었지만 여행, 사우나 등은 재난지원금 지급 후에도 매출이 계속 감소했다.
재난지원금 지급 전후 매출(전년 동기 대비)을 비교하면 의류·잡화는 -17.8%에서 11.2%로 가구는 -3.5%에서 19.9%로 증가했다. 반면에 여행은 -61.1%에서 -55.6%로, 사우나는 -26.3%에서 -20.9%로 효과가 적었다.
지원금의 효과도 오래가지 못했다. 매출 증대 효과는 지원금 지급 직후 한 달간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오히려 미래의 소비를 당겨 써 8월초 소비는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가구 소득 보전만으로 여행업, 대면 서비스업의 매출을 확대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피해업종 종사자에 대한 직접적인 소득 지원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또 “감염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대면 서비스업에 대한 소비활성화 정책은 방역 정책과 상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오윤해 KDI 연구위원은 “앞으로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재난지원금을 다시 지급해야 할 상황에 대비해 피해 계층을 신속하고 정밀하게 식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