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부터 법정 최고 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4%포인트 인하된다. 서민들의 이자 상환 부담을 낮춘다는 취지인데,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 제도권 금융의 문턱이 높아져 오히려 취약 계층이 불법 사채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최고 금리를 낮추는 내용을 담은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23일 밝혔다. 개정안은 내년 2월 2일까지 입법 예고된 후 규제개혁위원회·법제처 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3월 공포된다. 실질적인 시행은 내년 하반기가 될 것이라고 금융위는 밝혔다.

앞서 정부·여당은 지난달 16일 당정 협의를 통해 법정 최고 금리 인하에 합의했다. 정부는 기존 20%가 넘는 금리로 대출을 이용하고 있던 239만명(2020년 3월 기준) 중 약 87%에 해당하는 208만명의 이자 부담이 매년 4830억원 경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나머지 13% 중 약 3만9000명은 대출 만기가 됐을 때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고 불법 사금융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금융권의 전망은 정부보다 비관적이다. 최철 숙명여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최고 금리를 20%로 낮출 경우 자산 100억원 이상의 대부업체를 기준으로 3조원의 초과 수요가 발생한다. 초과 수요란 대출할 재원보다 대출받고 싶어하는 금액이 더 많다는 얘기다. 초과 수요가 발생할 경우 대부업체는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사람들을 선별해 대출해줄 수 있게 된다. 반면 저신용자는 그만큼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3조원의 초과 수요를 대부업 이용자 1인당 평균 대출액(524만원)으로 환산할 경우 약 57만명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서민금융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18년 2월 최고 금리가 27.9%p서 24%로 인하된 이후 2019년 한 해 동안 대부업체에서 대출이 거절돼 불법 사채로 이동한 규모가 19만명(3조원)에 이른다.

금융위는 이 같은 우려를 받아들여 최고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 방안을 내년 상반기 중 발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