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캐나다의 글로벌 자동차 부품 회사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함께 10억달러(약 1조1092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부품을 생산하는 합작법인(조인트벤처)을 설립한다. 합작법인은 전기차 모터와 인버터(전력 변환 장치) 등을 생산해 전기차 업체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르면 2024년 자체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힌 애플이 유력한 공급처로 꼽힌다. LG그룹이 캐시카우로 키워온 자동차 전장(전자 장치) 사업에서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주식시장에서 LG전자 주가는 가격 제한 폭까지 오른 11만9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LG전자 주가가 10만원을 넘어선 것은 2018년 5월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LG이노텍(12.80%), LG(10.34%), LG디스플레이(6.41%) 등 다른 LG 계열사 주식도 일제히 급등했다.

◇ 모터 생산해 전기차 업체에 공급

LG전자는 23일 “LG전자가 지분의 51%, 마그나 인터내셔널이 49%를 보유한 합작법인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가칭)을 내년 7월 설립한다”면서 “양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인천과 중국 난징 공장에서 전기차 모터, 인버터, 차량용 충전기와 이를 모듈화한 구동 시스템 등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전자가 전장 일부 사업을 분할해 별도 법인을 설립한 뒤 마그나 인터내셔널이 지분을 인수하는 형태이다. LG전자 직원 1000여 명이 합작법인으로 이동한다.

마그나 인터내셔널은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회사이자 완성차 위탁 생산 업체다. 자동차 섀시, 내외장재 등을 생산하는 것은 물론 BMW·벤츠·폴크스바겐·재규어 등이 핵심 차종 생산을 위탁하고 있다. 미국 차량 공유 업체 리프트·구글 자회사 웨이모·일본 전자 업체 소니 등과 함께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LG전자는 가전 사업을 통해 축적한 전기모터와 인버터 기술이 마그나 인터내셔널의 자동차 부품 기술력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마그나 인터내셔널의 기술력은 물론 자동차 업계 네트워크도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마그나 차기 CEO로 내정된 스와미 코타기리도 “양사의 강점을 활용하면 전장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합작법인이 생산할 전기차용 모터와 인버터가 애플이 생산하는 애플 전기차에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마그나 인터내셔널이 2014년 애플이 전기차 사업 진출을 준비하며 출범한 ‘타이탄 프로젝트’의 핵심 협력사였기 때문이다. 지난 21일(현지 시각) 애플이 2024년 전기차 생산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외신들이 일제히 마그나 인터내셔널을 주목하기도 했다. 자동차 전문가인 차두원 모빌리티연구소 소장은 “애플이 아이폰을 대만 폭스콘에서 위탁 생산하는 것처럼 전기차 역시 핵심 설계만 담당하고 부품 생산과 조립은 외부에 맡길 가능성이 높다”면서 “기존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모터를 대부분 외부에서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기술력만 있다면 공급처와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 TV·가전 잇는 성장 동력으로 전장 육성

LG전자는 2013년 자동차 부품 설계 업체 V-ENS를 인수하고 관련 사업본부를 신설하면서 본격적으로 전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2018년에는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헤드램프 기업인 ZKW를 11억유로(약 1조4900억원)에 인수하며 전장 사업을 가전, TV의 뒤를 잇는 그룹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왔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전기차가 각광받으면서 전장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15년 2390억달러(약 265조원) 규모였던 세계 자동차 전장 시장 규모는 20204년 4000억달러(약 443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특히 LG는 LG화학에서 배터리 사업을 떼어내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시키면서 전기차용 배터리 집중 육성에 나선 데 이어 전기차의 핵심인 모터 사업에서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손을 잡으면서 전기차 부품 전 분야에 걸쳐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