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7개 경제단체장들이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연정 객원기자

주요 경제단체장들이 2021년 신년사에서 새해에는 규제 혁신 등으로 기업 경영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코로나 여파로 가뜩이나 경영이 위축된 가운데 정부·여당이 기업 활동을 옥죄는 법안들을 잇따라 쏟아낸 데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30일 신년사에서 “새해에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포함해 본격적인 대선 정국으로 접어드는 정치 일정이 많다”며 “정치와 경제 이슈를 분명히 구분해 새해는 물론 2022년 이후에도 대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경제·사회가 성숙하기 위해선 법으로 규제하고 강제하기보다 자율적인 규범이 작동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무리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보다 자율 규범이 형성될 수 있도록 조언과 격려를 해달라”고 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른 급격한 경영환경 악화에 더해 상법, 공정거래법, 노조법 개정안 등 기업 경영활동을 제약하는 법안들이 무더기로 입법화됐다”면서 “새해에는 민간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고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장애가 되는 규제는 대폭 완화하고, 기업 세제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또 “국회를 통과한 상법, 공정거래법, 노동조합법 등에 대해 보완 입법을 강구해야 한다”며 “집단소송 도입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강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추가적 규제 입법도 산업·경제적 영향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절박한 심정으로 산업구조를 혁신하지 않으면 잃어버린 10년, 20년을 맞이할지 모른다”며 “정부는 기업에 족쇄를 채우는 규제는 거두고, 더 많은 기업인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반(反)기업 정서가 확산되고, 기업인을 예비 범죄자로 몰아 형사처벌을 강화하면 기업가 정신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규제 입법을 막고, 기존 규제는 혁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관련해 “법 제정 논의를 중단하거나 최소한 중소기업 대표는 경영활동이 가능하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지난 일 년 내내 두렵고 허망했다”며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업규제 3법’이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하고, 거명(擧名)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모든 기업인을 아예 잠재적 범죄자로 설정해 죄를 묻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강 회장은 “귀책 사유와 발생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데도 기업을 처벌한다면, 그릇된 정치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중대 자유민주주의 및 시장경제 파괴자’로서 처벌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은 “코로나 위기에도 우리는 4년 연속 수출 5000억달러를 달성하고 세계 7위 수출 강국 위상을 지켜냈다”며 “우리 무역이 코로나 위기를 신속하게 극복하고 수출 활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