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우리나라가 저출산 대책으로 역대 최대인 45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생아 수 30만명 선이 깨지는 것을 막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저출산 해결에 투입한 예산은 모두 45조695억원이다. 이를 행정안전부가 집계한 작년 출생아 수(27만5815명)로 나눠보면, 신생아 한 명당 1억6000만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간 셈이다.
정부·지자체의 저출산 예산은 2017년 27조8800억원에서 작년 45조695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정부는 2022년부터 만 0~2세 아이에게 매월 30만원씩 현금(영아수당)을 지급하는 등 오는 2021~2025년 196조원의 저출산 예산을 쓰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출생아 수는 2017년 35만7711명에서 27만5815명으로 급감했다. 그만큼 저출산에 쓴 돈의 효과가 떨어진 것이다. 신생아 한 명당 저출산 예산은 2017년 7800만원에서 2018년 8800만원, 2019년 1억1800만원 등으로 증가했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실제 신혼부부나 부모들은 “체감을 못 하겠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저출산 예산에 각종 대책을 끼워넣어 사업의 ‘가짓수’를 늘리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체감을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예컨대 고용보험 가입 대상 확대도 ‘저출산 예산’으로 포장돼 있다. 올해에도 저출산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17조9932억원이 청년·신혼부부 임대주택 공급 및 주택 구입, 전세 자금 대출에 쓰인다.
이삼식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정부가 이것저것 지원하겠다며 사업은 늘렸지만, 정작 지원 금액이나 대상은 제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