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7일 사상 처음으로 3000을 돌파했다. 1956년 3월 3일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첫 거래를 시작한 지 거의 65년 만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14% 오른 3031.68로 마감했다. 2000선을 처음 뚫은 지난 2007년 7월 이후 근 14년 만이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도 2087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피는 전날인 6일 개인 매수세 속에 장중 3000을 넘었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거센 매도에 밀려 3000선에 안착하진 못했다.

증시 단기 과열 논란 속에 이날은 기관이 1조원 넘게 주식을 사 모으면서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반면 지난해부터 역대 최대 규모로 주식을 사 모으던 개인은 차익 실현에 주력하며 1조1000억원 넘게 주식을 팔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블루웨이브(민주당의 행정부·의회 장악) 현실화로 재정 부양책 확대 가능성이 커지면서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증시가 강세였다”면서 “반도체와 2차전지 등의 실적 호조 기대감 속에 제조업 중심국인 한국의 증시 상승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G20(주요 20국) 중 가장 큰 폭으로 올랐던 코스피는 연초에도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이 시작된 지난해 11월 23일부터 지금까지 코스피 상승률은 16.5%로, G20 중 1위다.

한국 기업 실적과 증시 체력이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주가가 단기간에 가파르게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빚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 융자 잔고는 지난 6일 20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돌아온 개미… 8년간 47조 팔았는데, 작년 1년간 그만큼 사들였다

한국 증시 66년 역사상 첫 ‘코스피 3000 시대′를 연 주역은 ‘돌아온 개미’들이었다. 개인 투자자(이하 개인)들은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라는 두 차례 강펀치를 맞고 주식시장을 떠났다가 지난해 화려하게 복귀했다. 지난해 개인은 코스피에서만 무려 47조5000억원을 순매수(산 것이 판 것보다 많음)했다. 그전 8년간(2012~2019년) 코스피에서 순매도했던 금액(47조1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지난 한 해에 쏟아부은 것이다.

7일 코스피가 종가(終價) 기준으로 사상 첫 3000선을 돌파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14% 오른 3031.68로 마감했다. 지난 2007년 7월 코스피 2000선을 처음 넘은 뒤 거의 14년 만이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로비에서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박현철 부국증권 대표(왼쪽부터)가 박수를 치고 있다. /박상훈 기자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올 들어 4~6일에도 코스피에서 3조5000억원을 순매수하여 ‘동학 개미 운동’이라 불린 지난해의 투자 기세를 이어갔다. 비록 7일에는 개인이 코스피에서 1조2000억원을 순매도하며 잠시 숨을 고르는 모습을 보였지만, 증시로 몰려드는 자금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다만 우리나라 기업 실적 등 경제 상황이 개선되는 속도보다 코스피가 더 많이 상승한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 무리한 투자는 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지난해 개인 순매수 기존 최고치의 7배

‘개미의 귀환’은 코로나 사태가 터진 작년 초부터 본격화했다. 개인은 지난해 초부터 주가가 연중 최저점을 찍었던 3월 19일까지 18조원가량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에서 12조5000억원가량을 순매도한 외국인 투자자에 맞서 주가를 방어했다는 의미에서 ‘동학 농민 운동’을 본뜬 ‘동학 개미 운동’이라는 말이 생겼다.

개인 투자자 유가증권시장 순매수·순매도

지난해 개인 순매수(47조5000억원)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규모였다. 종전 최대치였던 2018년(7조원 순매수)의 거의 7배에 달한다.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연상케 하는 개인의 무서운 매수세를 두고 “위험한 투자가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개인은 소형주에 단기 투자를 반복하던 과거의 투자 패턴에서 벗어나 삼성전자(지난해 개인 투자자 순매수액 1위) 등 대형주 위주로 투자해서 수익을 추구하는 ‘스마트’한 모습을 보였다.

증시에 투입할 수 있는 개인 화력은 여전히 막강한 상태다. 투자자예탁금이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 등 ‘증시 대기 자금’의 규모는 작년 같은 시기보다 크게 늘어나 있다. 6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68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27조9000억원)의 2배가 넘는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 역시 66조6000억원으로 14조원이나 늘었다. 빚투(빚내서 투자)도 크게 늘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한 금액인 ‘신용융자’는 20조원으로 작년 초(9조4000억원)의 2배가 넘는 수준까지 늘었다.

◇기업 실적 개선된다지만… 무리한 투자 피해야

코스피 3000은 개미 군단의 거침없는 진군과 기업 실적 개선 등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결합한 결과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상장사의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 정보 분석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있는 상장사 146곳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34조824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21조6515억원)보다 6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순이익 역시 14조6159억원에서 21조5765억원으로 48%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32%가량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코스피가 지난해 3월 기록한 저점(1457.64)의 2배 수준으로 올랐다는 점은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코스피 상승세가 기업의 실적 개선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추가로 상승할 여력은 있지만 현재까지는 너무 빠른 속도로 올랐기 때문에 당분간 변동성이 큰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며 “등락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는 당분간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스피가 1월에는 3100~3200 선까지 오를 수 있지만 더 이상 오를 ‘동력’이 없기 때문에 2~3월에는 단기간 하락할 수 있다”며 “이러한 하락세에 대비해 방어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