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주식을 처음 시작한 고교 1학년 김모(17)군은 그동안 모은 세뱃돈 250만원으로 증권 계좌를 만들었다. 좋아하는 아이돌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주식, 아버지가 추천한 종목 등에 투자했다. 김군은 “코로나 사태로 한때 수익률이 -30%를 찍기도 했지만 폭락장 후에는 주가가 다시 회복된다는 것을 배웠다”면서 “신중하게 중장기 투자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요즘엔 유튜브나 책을 보고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군은 자신의 투자 진행 상황을 블로그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코스피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고교생 등 미성년자의 주식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고등학생들도 동학 개미 행렬에 들어서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1~8월 미성년자(만 19세 미만) 주식 계좌는 29만1080개였다. 2019년 한 해 동안 미성년자 신규 계좌는 9만3332개, 2018년은 7만6091개에 불과했다. 작년 8월 미성년자 주식 잔액(예수금) 총액은 5474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2723억원)과 2018년(2353억원) 2개년치를 합친 금액보다 많았다.

주식 투자에 대한 부모들의 인식 변화가 고딩 개미 열풍에 불을 지폈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자녀에게 사교육시킬 돈으로 주식을 사줘라”고 말한 2년 전 유튜브 영상이 8일 기준 조회수 30만건을 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그가 그간 여러 방송에서 강조해온 내용인데 지난해 동학 개미 열풍으로 뒤늦게 이를 접하고 공감한 학부모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중학생 아들 이름으로 주식 계좌를 열어준 한 학부모는 “금융 교육을 시키기 위해 아들이 직접 주식을 사보도록 도와줬다”며 “요즘은 아들과 수익률을 비교하며 함께 투자를 배워가고 있다”고 했다. 어린이·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금융 교육을 하는 미래경제교육네트워크 천규승 이사장은 “청소년들이 주식 투자를 하는 경우 단기 차익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