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0선까지 파죽지세로 뚫었던 코스피가 이틀 연속 하락 마감한 가운데 주가 하락의 전조로 알려져 ‘공포 지수’라고 불리는 ‘코스피200변동성지수(V-코스피 200 지수)’가 7개월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장중 100P 급락했다가 낙폭 축소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 있는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주가와 환율이 표시돼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22.50포인트(0.71%) 하락한 3125.95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에는 하락폭이 100포인트를 넘기도 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원 넘게 순매수했지만, 기관과 외국인 매도세에 밀렸다. /뉴시스

하락장에서 출현하는 것으로 알려진 변동성 지수 상승이 역대급 상승장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나타난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다. 하락장을 예고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하락 신호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안에서 상승에 대한 전망과 하락에 대한 전망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단순히 ‘앞으로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만, 주가가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개인 투자자들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급등장에서 상승한 ‘공포 지수’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공포 지수는 35.65까지 상승해 작년 6월 18일(37.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피 옵션 시장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향후 30일간의 지수 변동성을 나타낸 지수다. 통상 하락장에서 지수가 상승하기 때문에 ‘공포 지수’라고 불린다. 미국 증시의 변동성 지수(VIX)가 S&P 500 지수 옵션을 근간으로 해서 시장 변동성을 반영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보통 ‘하락장’이 펼쳐지고 있을 때 이러한 변동성 지수들이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코스피가 연저점을 기록한 3월 19일에는 69.24까지 치솟았다. 한국거래소가 이 지수를 산출·발표하기 시작한 2009년 4월 13일 이후로는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일반적으로 25를 넘어서면 ‘시장 변동성이 커져서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본다. 코스피가 급락했던 작년 3월만큼은 아니지만, 현재도 주식 시장이 매우 불안정한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역사적으로 변동성 지수가 주가의 하락 위험이 커졌을 때 높아졌다는 점과 올해 초 코스피가 급등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유동성이 풍부하게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투자자들이 흥분해 있다”

공포 지수의 상승은 코스피 옵션 시장에 참여하는 전문적인 참여자들 사이에서도 코스피 상승과 하락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개인 투자자들이 일부는 코스피 상승을 예상하고 삼성전자 등 대형주를 사들이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더 이상 추가 상승은 어렵다”고 보고 지수가 하락할 때 돈을 버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하루에도 코스피가 급등락을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오전에 3266.23까지 치솟았다가 오후에 3096.19까지 밀렸던 지난 11일이 단적인 예다. 한 증권회사 관계자는 “지금은 투자자들이 흥분해 있는 상태”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코스피가 조금씩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야 개인 투자자들이 장기 투자를 통해서 수익을 낼 수 있다. 반대로 코스피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상승한 다음 등락만 반복하는 시장 상황이 이어지면 개인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기는 어려워진다.

전균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변동성 지수가 상승해있는 만큼 앞으로 시장이 큰 폭으로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며 “변동성이 커져 있는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조심스럽게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