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개미(개인 투자자)들은 마치 ‘기관 투자자’ 같아요.”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3000 시대를 주도한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방식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과거에는 개인들이 “여기 투자하면 돈을 번다”는 식의 소문에 휩쓸려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엔 기관 투자자처럼 블루칩(대형 우량주) 위주로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개인 순매수액 상위 10종목 중 9개는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처럼 국내 시가총액 20위 이내의 대형주였다. 20위권에 못 든 종목은 SK바이오팜(시총 31위)밖에 없었다. 이는 2019년과 비교하면 정반대 양상이다. 2019년엔 개인 순매수 상위 10종목 가운데 SK텔레콤(당시 시총 15위) 한 종목만 20위 안에 들었다. 당시 개인 순매수 1위였던 KT&G는 시총 24위였고, 3위였던 아난티(숙박시설 운영업체)는 시총 212위였다.

개인들의 투자법이 바뀐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개인 순매수 1위 종목은 시총 1위인 삼성전자였고, 순매수 상위 10종목이 모두 시총 30위 안에 들었다. 올해는 이 같은 개미들의 블루칩 선호가 더 강화된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를 보면서 ‘애플·아마존 같은 큰 기업들은 수익이 많이 나면서 위기가 와도 안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올 들어 증시로 새로 들어온 개인 투자자 자금은 13일까지 15조원이 넘는다. 코스피(8조7000억원)와 코스닥(2조1000억원)을 합친 개인 순매수액이 10조8000억원에 이르고,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도 70조1000억원으로 작년 연말 대비 4조6000억원가량 늘어났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한 금액인 ‘신용융자’는 지난 13일 기준 20조9800억원으로 지난해 연말보다 1조8000억원가량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