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의 SK와이번스 야구단 인수는 그야말로 전격적이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도 당혹해할 정도로 ‘깜짝쇼’에 가까웠다. KBO와 야구전문가들 역시 한결같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운찬 전 KBO총재도 “구단 매각이 된다면 두산베어스나 키움히어로즈가 되리라고 생각했지 SK와이번스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고 할 정도였다.
신세계의 야구단 인수는 지난 수년동안 계속돼 왔지만 작년 5월 두산중공업의 경영 위기 와중에 두산베어스 매각설이 도마에 오르면서 다시 한번 세간에 오르내렸다. 이때도 야구단 인수에는 신세계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당시 두산베어스 매각설이 나돌자 신세계 뿐만아니라 2개의 그룹사가 더 인수를 타진했다는 사실이 27일 밝혀졌다. 2개 그룹사는 D사와 H사였다. D사는 현금 동원력에다 탄탄한 재무구조로 업계 신용도가 있었고, H사는 최근 수년 동안 활발한 M&A를 통해 사세를 확장해 왔다.
신세계 등 3그룹사는 그룹내 실세들을 내세워 KBO와 접촉하면서 두산베어스의 매각 가능성에 대해 묻고 인수에 적극성을 보였다. 여기에다 두산의 채권단이 “두산이 알짜 자산도 매각하는 마당에 야구단을 유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예전처럼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기업도 아닌데 야구단을 유지할 명분이 약하다”며 압박하면서 3그룹의 인수전은 치열하게 전개돼 가는듯했다.
한발 더 나아가 채권단이 “IT기업 등 인수 의향이 있는 기업이 여럿이다”고 언급하면서 두산 매각설이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왔다. 3그룹은 현금 동원력 등 당장 인수 가능 의사를 보이며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산그룹이 “야구단 매각 계획은 전혀 없다”며 단호하게 밝히면서 매각설은 수면 아래로 수그러들었다.
두산그룹의 야구단 애착은 10개 구단 중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산그룹은 야구단 운영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는 등 구단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 보다 효과면에 훨씬 낫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폭넓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입장에서 두산베어스의 매각의 최후의 보루도 판단한 것이다. 두산의 야구단에 대한 무한 애정은 외환위기 당시에도 한차례 증명됐다. 그룹의 모태와 같은 OB맥주를 매각하면서도 야구단은 유지한 것이 단적인 예다.
작년 두산 채권단은 두산베어스의 매각 금액을 2000억원 안팎으로 계산했다. 2019년 포브스코리아가 두산베어스의 가치를 1907억으로 평가한데 기인했다. 국내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야구팀에다 한국시리즈에서 여섯 번이나 우승한 명문 구단임을 고려해 책정한 가격이다.
두산베어스는 1982년 국내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창단한 원년 프로야구단으로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와 함께 원년부터 한 번도 운영주체가 바뀌지 않았다. OB베어스로 출발해 1999년 두산베어스로 이름을 바꿨지만 지주사인 (주)두산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신세계가 1352억 8000만원에 SK와이번스를 인수하면서 두산베어스 매각설 당시 관심을 보였던 D그룹과 H그룹의 향후 행보에도 새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세계가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야구단 인수 과정을 보고 다시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