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현대차·기아간 ‘애플카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고 미 경제매체 CNBC가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CNBC는 애플 소식통을 인용, “미국 조지아주(州) 웨스트포인트 기아 공장에서 애플 브랜드를 단 자율주행 전기차를 제조하기 위한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근접했다”고 전했다.
단 최종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애플이 다른 업체와 손을 잡을 수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현대차·기아가 애플의 유일한 협력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애플 자동차 개발 전략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소식통은 CNBC에 “현대차·기아가 애플과의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는 유일한 자동차 제조업체는 아니며, 다른 업체가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궈밍치 대만 톈평국제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현대차·기아 외에도 미국 제너럴모터스(GM)나 프랑스 푸조시트로엥(PSA)과도 협업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가 주요 협상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른 분위기다. CNBC는 소식통을 인용, “애플은 애플이 차량용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직접 통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업체와 애플카를 만들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애플이 차량 기획과 설계를 주도하고, 기아는 생산만 담당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CNBC는 “양사가 협력한다면 애플의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기아차가 아니라, 안팎으로 완전한 애플카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CNBC는 협상이 체결된다면, 양사 모두 각각 실익이 있을 것으로 봤다. 애플의 경우엔 연 10조 달러(약 1경 1000조원)에 달하는 자동차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모건스탠리 케이티 후버티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 2%만 가져가도, 연간 5000억 달러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며 “이는 애플 스마트폰 매출과 비등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애플과의 협력으로 자체적으로 추진 중인 자율주행 차량 및 전기차 개발 계획을 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애플카는 잠정적으로 2024년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출시 시점은 더 늦춰질 수 있다. 최초의 애플카가 어떤 모습일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완전 자율주행차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CNBC는 “첫 번째 애플카는 운전자가 없는 자동차로 설계될 것”이라며 “애플카가 초기엔 음식 배달이나 로보 택시 등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애플과 현대·기아 모두 합의안과 관련한 공식적 발표나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