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주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을 위한 예방적 살처분 범위가 발생 농장 반경 3㎞에서 1㎞ 이내로 줄어든다고 AI 중앙사고수습본부가 15일 밝혔다. 정부는 “최근 AI 위험도가 다소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최근 가파른 계란값 상승세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농장 반경 3㎞ 안에 있는 모든 가금류가 예방적 살처분 대상이었다. 오리 농장에서 AI가 발생할 경우 주변 오리뿐 아니라 닭까지 모두 살처분한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반경 1㎞ 이내, 발생 종과 같은 종만 살처분 대상이 된다. 대신 기존 살처분 반경이었던 3㎞ 내의 가금농장에 대해서는 전수 정밀 검사를 하기로 했다.
정부는 최근 AI 확산세가 다소 꺾인 데 따라 이런 조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루 평균 AI 검출 건수는 1월 3.5건에서 2월 1~12일 2.75건으로 줄었다. 특히 가금농장에서는 1월 하루 평균 1.4건에서 2월 1~12일 0.83건으로 줄었다. 살처분 범위 조정 조치는 15일부터 2주간 한시적으로 시행되며, 추후 연장 여부는 AI 발생 상황 등에 따라 결정할 계획이다.
그간 축산 농가에서는 ‘3㎞ 살처분’ 규정이 과도하다고 비판해왔다. 정부의 예방적 살처분 규정은 반경 500m 이내였다가 지난 2019년 3㎞로 확대됐다. ‘살처분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정부는 최근까지도 “방역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었다. 고병원성 AI 피해가 컸던 지난 2016~2017년과 비교하면, 야생 조류 AI 발생 건수는 3.2배 늘었지만 강화된 방역 대책 덕분에 가금농장 발생 건수는 72% 줄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계란값이 급등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자 정부가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지난 14일까지 살처분된 산란계(알 낳는 닭)는 1511만마리로, 작년 말 기준 전체 산란계(7258만마리) 5분의 1 규모다. 산란계 살처분이 늘면서 계란 한 판 가격은 지난 10일 기준 7481원으로 1개월 전보다 22% 올랐다. 정부는 신선란 2000만개를 이미 수입했고, 이달 말까지 2900만개를 추가로 들여올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