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한파가 미국 전역을 강타하면서 국제 유가가 치솟고 있다. 강추위와 폭설에 따른 정전 사태와 시추 장비 동결, 도로 마비 등으로 원유 생산 시설이 가동을 중단하거나 생산량을 줄이면서 공급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17일(현지 시각)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8% 오른 61.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배럴당 1.8% 상승한 64.4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와 브렌트유 모두 13개월 만에 최고치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최대 유전 지역인 텍사스주를 비롯한 주요 원유 생산지가 한파 피해를 보면서 미국의 전체 산유량은 하루 400만배럴 이상 감소했다. 종전 하루 생산량의 40%에 육박하는 규모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인 에너지 애스펙츠의 석유 부문 수석 애널리스트인 암리타 센은 “미국의 생산 차질이 당초 예상보다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의 전체 원유 감산 규모가 수천만배럴에 이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현지 언론들은 “미국발(發) 공급 감소로 국제 유가가 당분간 강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전했다.

원유뿐 아니라 상당수 정유 시설도 피해를 봤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조사 업체 S&P 글로벌 플라츠에 따르면, 이번 한파로 텍사스주에서만 하루 전체 정제 용량의 40%가 넘는 260만배럴 규모의 정유 생산이 중단됐다. 외신들은 미국의 정유 업체들이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석유 제품 수요가 감소해 이미 생산을 줄였던 점을 고려할 때, 한파 피해가 지속될 경우 석유 제품 공급난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자동차 업계도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GM은 15일 테네시, 켄터키, 인디애나, 텍사스 등 4개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한파와 폭설로 도로망이 마비돼 부품 납품에 차질이 빚어지자 8000명 가까운 근로자가 임시 휴직 상태에 들어갔다. 포드도 이번 주 일주일간 미주리주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미주리주에선 천연가스를 난방과 공장 가동 연료로 사용하는데 우선적으로 가정에 난방용 가스를 공급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미국 내 생산 시설을 둔 도요타(켄터키 등 4개 공장), 닛산(테네시 등 4개 공장) 등도 15~16일 이틀간 공장을 멈췄다. 이들 업체들은 공장 상황에 따라 가동 재개를 결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