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지난해 서울에 20평대 아파트를 마련하느라 4억5000만원의 빚을 졌다. 아파트 가격의 40%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여기에 부부가 합쳐 은행 신용대출 1억원과 보험을 담보로 5000만원까지 마련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이었다. A씨는 “이자가 한 달에 200만원 가까이 나온다”며 “매달 은행에서 변동금리 문자가 오는데 0.1%라도 오르면 가슴이 철렁한다”고 했다.

최근 국고채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시장 금리도 따라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4차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해 앞으로도 국채를 대량 발행할 예정이다. 시장에 국채 공급이 늘어나면 국채 가격은 하락하고 금리는 오르게 된다. 재난지원금 지급이 국채 발행 증가→국채 가격 하락→시중 금리 인상→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나비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재난지원금發 금리 인상 시작되나

기획재정부는 아직 4차 재난지원금 규모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일자리 마련 비용 등이 포함돼 지난 3차 재난지원금(9조3000억원)보다 훨씬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예산 마련을 위해서는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본 예산과 4차례 추경분을 합쳐 총 174조5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했다. 이 중 적자 국채만 104조원이다. 올해는 본예산 조달을 위해서만 총 176조4000억원의 국채 발행 한도를 정했는데, 이 중 적자 국채가 93조5000원 규모다. 여기에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추가로 적자 국채를 발행하면 10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국고채 금리 일제히 상승

정부가 이렇게 적자 국채 발행을 늘리면 채권 시장이 채권 공급이 늘어나기 때문에 국채 가격은 떨어지고, 반대로 국채 금리는 상승하게 된다. 지난 17일 서울 채권 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2%포인트 오른 연 0.986%에 장을 마쳤다. 올해 들어 가장 금리가 낮았던 지난달 5일(연0.936%)보다는 0.05%포인트 오른 수치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시장 지표금리 역할을 한다.

◇잠잠한 주담대 금리도 오를 가능성, 일각선 “집값에도 영향”

이런 국채 금리 상승은 시장 금리에 영향 미치게 된다. 다만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인 코픽스는 이 달 하락세를 보였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는 0.86%로 전월 대비 0.04%포인트 하락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코픽스 산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기 예금 조달 금리가 지난달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최근 국고채 상승 영향으로 은행채도 금리도 오르고 있어 다음 달에는 이를 반영하는 코픽스도 상승세로 전환할 전망”이라고 했다.

국채 발행으로 통화량이 증가하면 집값이 오른다는 연구도 있다. 지난해 12월 발간된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통화량이 1.0% 증가할 때 주택 가격은 1년에 걸쳐 0.9%가량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채권 발행을 확대하면 자연스럽게 시장 금리가 상승하게 돼 민간 경제 주체들의 금리 부담이 급증하게 된다”며 “기업과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이 급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