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성규

“국민연금은 당장 국내 주식 매도를 중지하시기를 청원합니다.”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런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청원 참여인원이 많지는 않지만 비슷한 취지로 올라온 청원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주식 투자자들이 모인 게시판이나 뉴스 댓글 등에서도 이러한 불만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자꾸 국내 주식을 팔아서 주가가 더 오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국민연금을 필두로 하는 연·기금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지난 19일까지 37일 연속으로 국내주식을 팔았습니다. 2009년 세웠던 28일 연속 순매도를 넘어서는 기록입니다. 올해 연·기금이 팔아치운 국내 주식 규모는 지난해 전체 순매도 규모의 3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장기적으로 더 수익을 잘 내기 위한 투자 방식”이라고 설명합니다.

◇자산별 비중 맞추려는 조치

최근 국민연금공단이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5년간 자산 중 국내 주식의 비중을 줄이고 있습니다. 목표 비율을 2016년 20%에서 지난해 17.3%까지 낮췄습니다. 내년 말까지는 더 낮출 예정입니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비중 조정이 과거 국내 주식 사정이 좋지 않을 때 내려진 결정이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코스피 시장의 사정이 좋으니 비율을 다시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의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지난해에는 국내주식이 더 높았지만, 그 이전까지 더 긴 기간의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해외 주식 쪽이 수익이 더 좋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해 11월 기준 이미 국내 주식 비중이 19.6%로 목표를 넘어섰습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비율이 미리 정한 목표 비율을 5% 이상 넘어서면 해당 자산을 팔아야 합니다. 국민연금은 “(현재 국내 주식처럼) 가격이 많이 오른 자산은 팔고, 가격이 하락한 자산을 사는 ‘리밸런싱’이 장기적인 성과에는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지난해 3월 같은 시기에는 주가가 폭락하니까 국민연금이 주식을 샀습니다. 자산 가격이 하락했을 때는 ‘싸니까’ 사 모아둔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면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연기금이 막아주는 역할도 하게 됩니다. 반대로 지금처럼 주가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올랐을 때는 ‘시장 과열’을 해소해주는 역할도 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또한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시장의 영향으로 고려해가며 주식을 매각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국회에 낸 자료에서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시장 영향력 및 변동성 확대 우려 등을 감안해 자금을 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가 파는 것이 증시에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는 의미지요.

◇더뎌진 동학 개미의 행군 속도

/일러스트=김성규

동학 개미의 투자는 2월 들어 조금 주춤해진 모습입니다. 지난달 11일에는 무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서 거래대금이 92조3000억원에 이르기까지 했었죠. 하지만 2월 들어 지난 17일까지는 일평균 거래대금이 46조9000억원 정도로 줄었습니다. 지난달 61조9000억원에 비해 15조원가량 줄어든 것이죠.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아니냐, 이제는 더 끌어 쓸 실탄이 떨어진 것 아니냐, 이제는 국내 증시에 그렇게 열광하지 않는 것 아니냐 등 다양한 분석도 나옵니다.

그런데 이럴 때도 개인 투자자들이 지목하는 ‘범인’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입니다. ‘연기금이 저렇게 파는데 우리가 뭘 믿고 투자를 하느냐’는 불만이 있는 것이지요.

다만 개인 투자자들이 완전히 주식에서 물러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2월 들어 하루 거래대금은 작년 11월(42조6000억원)에 비해서는 여전히 많은 수준입니다. 그러니까 지난달이 워낙 많았던 것이라, 지난달보다 적다고 ‘개인 투자자들이 더 이상 국내 주식 투자에 열광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2분기 정도에는 주가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