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누스(침대), 미국 테슬라(전기차), 일본 코로프라(게임), 중국 JD닷컴(전자상거래).

지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한국·미국·일본·중국(홍콩 포함)에서 매출 성장 시계가 멈추지 않은 대표적인 성장 기업들이다. 4국에서 시가 총액 1조원 이상이면서 10년간 연 평균 매출이 10% 이상 늘어난 ’1010 챔피언’은 모두 215곳으로, 독점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꾸준히 성장해 왔다. 본지가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와 함께 국내외 상장기업 1만여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일러스트=김성규

김기주 KPI투자자문 대표는 “10년 동안 매출이 꾸준히 성장한 기업들은 미래의 성장 경쟁력을 키워 온 혁신 강자들”이라며 “특정 산업 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서 창업자와 경영진의 인사이트(통찰력)에 대한 순위표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저성장 시대에 더 빛난 1010챔피언

4국의 ’1010챔피언′은 기존 업계 판도를 뒤흔들면서 주도권을 잡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많았다. 이 기업들은 글로벌 성장률이 정체되는 제로금리 시대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한국의 1010챔피언 중 1위를 차지한 지누스는 세계 최초로 침대 매트리스를 상자에 담아 배송하는 파괴적인 혁신을 선보여 스타가 됐다. 오프라인 시장에 머물러 있던 미국의 침대 시장을 온라인(아마존)으로 확장했고, 지금은 미국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에서 25%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자랑한다.

중국 1010챔피언 10위권에는 JD(징둥)닷컴, 신의광능, 텐센트, 알리바바 건강정보기술, 넷이즈 등 신경제와 관련된 회사가 많았다.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는 “구경제를 대표하는 중후장대 인프라 기업들이 아니라, 플랫폼이나 전기차, 원격의료, 게임 등 미래 신경제를 대표하는 혁신 기업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1위인 JD닷컴은 지난 2014년 설립된 중국의 2위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고객 수가 4억명에 육박한다. 레드오션화된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정품 판매, 당일 배송과 같은 혁신을 꾀해 인터넷 공룡인 알리바바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4국 1010 챔피언의 평균 성장세를 비교해보면 한국은 21%로, 미국·중국(43%), 일본(32%) 중에서 가장 낮았다. 김현준 더퍼블릭운용 대표는 “미국, 일본, 중국의 1010챔피언에 속한 기업 리스트를 살펴보면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 콘텐츠, 헬스케어, 그린에너지가 강세”라면서 “한국 리스트에는 소비재, 금융, 유통 등 다양한 업종이 포진해 있는데, 이는 오히려 4차 산업혁명에 뒤처진 듯 보인다”고 말했다.

◇성장 기업 주가는 금리 추이에 민감

초저금리 기조는 미래에 강력한 현금 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고성장 기업의 주가에 긍정적이었다. 지금은 큰 이익이 나지 않지만 앞으로는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란 생각이 기업들의 주가를 밀어 올렸다. 미국 1010챔피언 1위인 테슬라는 작년에만 주가가 743% 올랐다.

이상원 삼성자산운용 투자전략팀장은 “초연결 사회에서 플랫폼을 등에 업고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해가는 혁신이 이들 기업의 성장 배경”이라며 “다만 성장 기업은 금리 변화에 매우 민감한 만큼, 성장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금리 추이에 따라 충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부부장도 “10년 정도 장기간 두 자릿수로 매출이 성장했다면 이제는 내실이 있는 기업인지 확인해야 한다”면서 “영업 이익률 증가 속도와 보유 현금 등을 확인해 후발 주자의 추격 위험을 피할 수 있을지 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식 플레인바닐라투자자문 대표는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은 확실한 장기 투자의 근거가 된다”면서 “경쟁 환경에서 꾸준히 성장한 기업의 경쟁력이 무엇인지도 병행해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