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1일 약 780억달러에 낙찰된 디지털 아트 '나날들: 첫 5000일'.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의 작품이다. /크리스티경매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이미지 파일 1개가 디지털 미술품 사상 최고가인 6930만달러(약 780억원)에 팔렸다.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본명 마이크 윈켈먼)이 만든 ‘나날들: 첫 5000일’이라는 작품이다. 흔하게 사용되는 복사가 자유로운 이미지 형식인 ‘jpeg’ 형식의 파일이지만, 블록체인을 통해 거래 내역을 저장하는 NFT(non fungible tokens·대체 불가능한 표식) 기술이 사용돼 세상에 단 하나뿐인 파일이 됐다.

비플은 13년에 걸쳐 그린 디지털 그림 5000개를 콜라주 형식으로 붙여 하나의 파일로 된 작품으로 만들었다. 지난달 25일 100달러로 경매를 시작했는데 응찰가가 치솟았다. 작가도 상상 못 한 가격이었다. 비플은 낙찰 소식을 듣고 트위터에 ‘맙소사’라고 올렸다.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세상은 희소성이 필수인 예술 세계와는 잘 맞지 않는다고 여겨졌다. NFT는 디지털 예술 세계의 이런 문제를 해결해줄 신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일론 머스크의 여자친구인 캐나다 가수 그라임스가 NFT를 적용한 자신의 그림·영상을 온라인 경매에 부쳐 65억원어치 팔았다. 비플의 다른 작품 ‘교차로’는 지난달 660만달러에 판매되기도 했다. 금융연구원 최공필 미래금융연구센터장은 “비트코인에도 쓰이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NFT는 디지털 예술 세계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저작권 등을 해결할 잠재력을 지닌 기술”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NFT 예술은 옛 거장이나 팝 아티스트가 지배해온 미술품 시장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라며 “특히 유형·무형을 구분 짓지 않는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이)의 돈을 유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날 비플 작품 응찰자의 91%는 크리스티 경매 신규 참가자였다. 64%는 MZ세대였다.

사상 최고가 디지털 예술작품을 만든 비플. 본명은 마이클 윈클먼이다. /AFP 연합뉴스(비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