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업체 ‘쿠팡’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기존의 유통 대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직원 수로 유통 빅2 기업이라 불리던 롯데·신세계를 넘어섰고, 매출 규모로도 바짝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이 공격적으로 ‘몸집 키우기’를 하는 사이, 유통 대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유통 대기업에 대한 정의가 바뀔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작년 한 해 동안 쿠팡은 직원 수를 2만9000명 늘렸다. 롯데·신세계의 직원 수가 3000여 명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특히, 롯데의 직원 수 감소가 두드러진다. 작년 한 해에만 2500여 명의 직원이 줄었다. 작년 백화점, 마트 등 100여개 점포를 닫은 여파로 해석된다. ‘유통 공룡’ 롯데의 다운사이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는 이달 창사 23년 만에 첫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는 주주총회에서 공식적으로 “향후 2년간 추가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잡화전문매장 삐에로쇼핑과 뷰티 전문점 부츠 등이 고전을 겪으면서 작년에 41개 전문점이 폐점했다. 직원 수는 632명 줄었다.

쿠팡의 직원 수는 작년 말 기준 4만9915명으로, 전년의 2배 이상이 됐다. 롯데(2만2701명), 신세계(2만7910명) 직원 수를 훨씬 웃돈다. 매출 규모로도 유통 대기업들을 바짝 추격 중이다. 롯데쇼핑의 작년 매출은 16조1800억원, 신세계백화점·이마트는 15조6735억원이었는데 쿠팡은 13조5100억원을 기록했다.

유통 대기업이 몸집을 줄여가며 살길을 도모하는 사이, 쿠팡은 쿠팡이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신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백화점·마트 상품 기획자와 식품 업체 등 기존 유통 업체 직원들이 대거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신선식품 등을 확대하면서 전통 유통 기업 직원들을 대거 영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롯데 내부에서 쿠팡을 ‘롯팡’이라고 부를 정도”라고 말했다. 쿠팡 측은 “오는 2025년까지 직원 5만명을 추가 고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