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생전 처음 증권 계좌를 열고 삼성전자 주식을 샀던 40대 주부 이모씨. 코스피가 3000선에서 오르내리며 갇히는 모습을 보이자, 이씨는 최근 미국 주식 계좌와 가상 화폐 계좌를 열었다.

그는 “(나는) 고점에 사서 물린 주식이 많아 답답한데, 미국 주식이랑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지인들은 제법 수익을 많이 내고 있다”면서 “국장(한국 증시)은 주가가 많이 올랐다가 약간 정상화되는 국면인 것 같아 당분간은 투자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씨와 같은 투자자가 늘면서, 코스피 일평균 거래 대금이 이달 들어 지난 1월의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3200을 돌파했던 코스피가 현재는 3100선 아래에서 횡보하자 투자자들이 연초만큼 주식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또한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을 위해 해외 주식 투자나 가상 화폐 투자 등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많아졌다. 올 들어 약 3개월 동안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거래 대금은 1243억달러(141조800억원)로 지난해 1년간 해외 주식 거래 대금 1983억달러의 63%에 달한다.

◇3월 코스피 개인 거래 대금 1월보다 45% 감소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개인 코스피 일평균 거래 대금은 9조4330억원으로 지난 1월(17조2990억원)보다 45% 감소했다. 지난 2월(12조1610억원)이나 작년 12월(12조5830억원), 작년 11월(10조2440억원)보다 적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동학 개미 운동’이라고 불리는 주식 투자 열풍 속에 주식 투자자 수가 많이 늘었다. 지난해 개인 주식 투자자 수는 910만7228명으로 2019년(611만6481명) 대비 299만명가량 늘었다. 올해 초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예·적금에 들어 있던 돈을 끌어와 주식 투자를 하거나, 은행·증권사 등에서 돈을 빌려 ‘빚투(빚내서 투자)’를 하는 경우도 많이 늘었다.

하지만 급등하던 주가가 주춤해지자 사람들이 지난 1월만큼 주식 거래를 많이 하지 않고 있다.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도 지난 1월 12일에는 74조5000억원까지 늘었지만, 지난 29일에는 63조5000억원까지 줄어들었다.

다만 개인 투자자의 하루 거래량이 ‘정상 수준’을 되찾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주식 투자 열풍이 일어나기 전인 지난해 1월의 경우 개인 투자자의 일평균 코스피 거래 대금이 3조1860억원 정도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월 등과 비교하면 개인 투자자의 주식 거래가 주춤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주식 투자 열풍이 일어나기 전인 작년 1월 등과 비교하면 오히려 과도한 수준까지 늘어났던 거래량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고수익 추구하며 해외 주식·가상화폐에 눈돌려

반면 해외 주식 거래량은 올 들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해외 주식 매수·매도 대금을 합친 거래액은 지난 1월 368억달러(41조7000억원)에서 지난달 497억달러까지 늘었다가, 이달에는 지난 29일까지 378억달러 수준이었다. 올 들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거래액 중 93%인 1159억달러가 미국 주식을 사고판 금액이었다. 국내 투자자들이 올 들어 가장 많이 사고 판 해외 주식은 테슬라(116억달러)였다.

가상 화폐 투자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등 국내 4대 가상 화폐 거래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월 25일까지 일평균 가상 화폐 거래 금액은 7조9468억원으로 같은 기간 코스피 일평균 거래액(23조208억원)의 35% 수준까지 늘었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외에도 해외 주식, 가상 화폐 등에 분산 투자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투자”라면서도 “일부 투자자가 해외 주식이나 가상 화폐 투자에서 큰 위험을 감수하고 단기 수익을 노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위험한 투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