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문화센터가 진화하고 있다. 단순 교양 강좌나 육아·보육 프로그램 등에서 벗어나, 주식·부동산 등 재테크나 심신 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적인 프로그램이 생겨난다. 언택트 트렌드도 반영돼, 고가(高價) 강좌는 넓은 공간에 소수 인원만 대상으로 진행되고, 대중 강좌는 온라인으로 염가에 진행된다. 미혼 여성이나 남성들이 들을만한 프로그램도 많다.
◇유명 전문가 재테크 강의가 문화센터로
‘문화센터 강의 = 노래교실’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졌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에는 지난달 회당 10만원이 넘는 강좌가 개설됐다. 부동산 전문가인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의 재테크 강좌다. 서울 강남점에서 12명의 인원만 받아 토론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총 8회 수업에 100만원이다. 10회 안팎에 30만~80만원 수준인 필라테스 강좌도 인기다. 1대1, 1대2로 수강생을 집중 관리해주는 코스이다. 강사의 이력과 자격증, 수상 내역 등의 정보가 소비자에게 상세하게 공개된다.
현대백화점이 지난달 서울 여의도에 문을 연 더현대서울 문화센터는 330평 규모다. 이 넓은 공간에서 4~6명 소수 인원만 대상으로, 오마카세(맡김요리) 코스 요리를 먹으며 음식을 배우는 50만원짜리 쿠킹 클래스나 강남 청담동 체형 관리 전문가의 수업 등이 열린다. 현대백화점 측은 “코로나로 과거 같은 대규모 강의가 불가능해진 데다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고급 강좌’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수강 인원을 줄이고 수준 높은 강좌를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시간·장소 제약없이 수강
온라인 프로그램도 늘어나고 있다. 백화점이 문화센터를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손님을 점포로 불러들이기 위해서지만, ‘포스트 코로나’(코로나 이후)를 대비한 고객 유치 차원에서 온라인 강좌를 연다. 3000원, 5000원 등 ‘1회 1만원 미만’이거나 무료인 강좌도 많다.
롯데백화점은 각 점포 문화센터 데스크 외에 인터넷 홈페이지(culture.lotteshopping.com)를 통해서도 참가 신청을 받는다. 온라인 프로그램은 주로 화상회의 앱인 줌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진행한다. 부동산 투자 붐에 발맞춘 ‘평생 보유할 명품 건물 찾기’, 해외 여행을 가지 못하는 이들을 위로하기 위한 ‘랜선배낭여행’ 등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재테크 강좌는 신청 시작 하루나 이틀만에 마감이 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일부 백화점은 아예 네이버에 온라인 문화센터를 차렸다. 현대백화점은 작년 12월 네이버 강의 플랫폼인 ‘엑스퍼트’ 내에 온라인 문화센터(현대백화점 컬처클래스)를 선보였다. 작은 병에 어항을 만드는 수족관 만들기, 벽에 걸어놓을 수 있는 인테리어용 화분 만들기,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는 법 등의 강의가 개설돼있다. 강사와 신청자가 강의 시간을 정해 1:1 채팅이나 음성, 영상 통화를 통해 강의를 진행한다. 정해진 날짜나 시간에 들어야 하는 기존 오프라인 강의와 달리,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수강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일대일 교육 없이 동영상 강의만 시청할 수 있는 ‘VOD 강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 회사는 올해 공시를 통해 사업 목적에 ‘원격 평생교육 시설 운영’을 추가했다. 온라인을 통해 문화센터 프로그램을 사업화하겠다는 의미다.
AK플라자도 지난달부터 네이버에 문화센터를 개설하고 수강생을 모집한다. 온라인 프로그램은 홈트레이닝이나 스피치, 옷장에 가진 옷들로 스타일링을 해주는 방법 등 젊은 층이 좋아하는 강좌 중심으로 구성했다. AK플라자 관계자는 “네이버 엑스퍼트를 이용해 채팅이나 영상 통화 등으로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답변받을 수 있다”며 “온라인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1대1로 진행되기 때문에 수강생들의 반응이 좋다”고 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1980대 중반 노래 교실을 중심으로 시작된 1세대 백화점 문화센터가 자기 계발, 보육 프로그램을 거쳐 최근에는 전문적인 문화, 경제 교육까지 담당하고 있다”고 “온라인 수업까지 가능해지면서 앞으로 프로그램이 더 다양해질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