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뭉이(Doge·영어로 Dog를 장난스럽게 부르는 말)’가 달 보고 짖는구나.”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지난 15일 올린 장난 같은 이 트윗 한 줄이 가상 화폐 ‘도지코인(Dogecoin)’ 거래를 폭발시켰다. 다음 날 가격이 두 배로 뛰었고, 거래량은 4배로 폭증했다. 한국에서도 17일 도지코인 거래액이 코스피 하루 거래액을 뛰어넘을 정도로 투자가 늘었다.
이름부터 장난 같은 ‘잡코인’에 이토록 많은 돈이 몰리자 맹목적인 가상 화폐 투자가 통제 불가능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금융 당국은 가상 화폐 투자가 불어나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구체적인 규제 가이드라인 수립을 미루고 있어 현장에선 혼란이 크다. 한국의 가상 화폐 거래액은 이달 15일 기준 하루 약 216억3000만달러(약 24조원)로 국내 주식 투자 규모에 해외 투자액을 합한 규모(약 21조원)를 넘어섰다. 투자자 수는 300만명에 달한다.
◇비이성적 투자가 부른 도지코인 광풍
2014년 처음 생긴 도지코인은 올해 초 머스크가 언급하면서 갑자기 주목받기 시작했다. 도지코인은 코인 발급량 등을 치밀하게 제한한 비트코인과 달리, 구조가 엉성하다. 발급량이 ‘무한대’여서 요즘은 전 세계적으로 1분에 1만개 정도가 생산될 지경이다. 전체 유통량이 이미 1200억개를 넘어서서 계속 늘어나고 있다.
도지코인은 비트코인 외의 가상 화폐를 뜻하는 ‘알트코인(대안 코인)’ 중에서도 비주류에 속한다. 하지만 머스크가 이유를 밝히지도 않은 채 올해 초부터 잇달아 ‘도지코인이 미래다’ ‘아들에게 도지코인을 사줬다’ 같은 트윗을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치솟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연초 약 0.5센트 정도에 거래되던 도지코인 가격은 70배 수준인 약 36센트까지 치솟았다가 17일엔 20% 넘게 하락했다. 이 와중에 한국 투자자들의 관심도 몰려 16~17일(오전 9시 기준) 하루 거래 금액이 약 17조원으로 코스피 일평균 거래 금액(4월 약 15조원)을 뛰어넘었다.
◇불어나는 투자, 손 놓은 금융 당국
전문가들은 “내재 가치가 없는 가상 화폐, 그중에서도 거래량 등이 전혀 통제받지 않는 도지코인 같은 알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변동성이 너무 크고 정체조차 모호한 코인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거래되고 있는 알트코인은 약 1만종에 달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7일 “많은 알트코인 투자자들은 오로지 다른 사람에게 코인을 더 비싸게 팔려는 목적으로 투자한다.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할 때 타이밍을 놓치면 큰 손실을 볼 가능성도 크다”고 전했다.
국내에선 가상 화폐 거래 규모에 비해 규제가 너무 허술하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힐 뿐 명쾌한 가이드라인을 못 내놓고 있다. 지난 7일 관계부처회의에서 문승욱 당시 국무2차장(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이 “가상 화폐는 금융 투자 상품이 아니고 누구도 가치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구체적 지침은 여전히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시행된 개정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은 은행이 가상 화폐 거래소에서 실명이 확인된 계좌 발급 신청을 받으면, 은행이 자체적으로 발급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은행들은 금융 당국에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요청했는데 ‘알아서 정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금융권은 어쩔 수 없이 은행연합회를 통해 자체적인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키워드: 도지코인은…
미국의 젊은 프로그래머 빌리 마커스, 잭슨 파머가 2014년 만들었다. ‘도지(doge)’는 영어로 개를 뜻하는 ‘도그(dog)’를 인터넷상에서 장난스럽게 부르는 말이다. 일본 시바견이 마스코트다. 1센트도 안 되던 도지코인 가격은 일론 머스크가 잇달아 관련 트윗을 올리자 한때 36센트까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