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가 가까워질수록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이 조급해진다. 주식, 부동산, 비트코인 같은 말에 가슴이 설렌다. 그러나 결승점에서 웃음 짓는 사람들은 늘 소수이다. 은퇴 시점에 성공적이지 못한 투자는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게 만든다. 은퇴를 앞둔 시점이라면 경주마처럼 달리기보다는 주변을 둘러보며 자산 운용에 여유를 가지는 편이 좋다. 눈가리개를 벗고 고개를 돌리면 아직도 먹을 만한 풀들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그중에는 국민연금도 있다.

그래픽=김성규

◇연금 받는 시기 늦추면 5년간 연 7.2% 이자

국민연금은 최대 얼마까지 받을 수 있을까? 국민연금공단이 올해 공개한 ’2020년 국민연금 지급 통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 수급자는 531만명인데 이 중 수급액이 가장 높은 사람은 27년여를 납입해 월 226만 9000원을 받은 A씨(66)세였다. 그가 수급액을 높인 비결은 5년간 연금 수급을 미룬 것이다. A씨가 활용한 연기연금 제도는 연금을 받는 시기를 최대 5년간 미룰 수 있는 제도이다. 그동안 이자가 더해지기 때문에 수급액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앞당겨 연금을 받는 경우, 매년 일반 수령액 대비 6%가 줄어든 금액을 월지급한다. 최대 5년을 앞당겨 수령하면 월지급액이 최대 30% 준다. 반대로 연금 수령을 늦춘 경우, 매년마다 일반 수령액 대비 7.2%가 늘어난 금액을 월지급한다. 최대 5년 늦춰 수령하면 월지급액이 최대 36% 증가한다. A씨처럼 연금 받기를 미룬 사람은 작년 5만9000명이다.

부부 수령자 평균 연금액은 80만7000원인데 최고액 부부는 월 381만9000원을 받았다. 서울에 사는 60대 부부이다. 이들은 국민연금 제도 시행 첫해부터 보험료를 납입했다고 한다. 특히 남편 B씨는 1988년 1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총 313개월간 납부했고, 5년간 수급 연기 후 월 188만원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B씨 같은 연기 연금 수급자가 매년 늘고 있다”며 “이들의 평균 연금액은 월 96만5000원이다”고 했다.

물론 연금을 처음 받는 시기를 늦추면 수령 기간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을 수 있다. 대략 80세 이전에 사망한다고 하면 연금을 미루지 않고 받는 편이 나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 기대수명은 83.3세다. 대부분 연금 수령 시기를 미루는 편이 유리하다는 뜻이다.

◇선납 제도로 절세 혜택

보험료를 미리 내는 선납 제도도 유용하다. 50세 미만은 최대 1년치까지, 50세부터는 5년치까지 선납할 수 있다. 이러한 선납 제도는 직장 가입자는 이용할 수 없다. 지역 가입자나 임의 가입자만 가능하다. 선납 시에는 당연히 할인 혜택이 있다. 하지만 더 큰 혜택은 소득공제다.

의무납부 연령(60세) 이전인 55세에 퇴직해야 하는 은퇴자 C씨를 보자. 퇴직 후 내는 5년간의 보험료는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만약 퇴직 이후에 내야 하는 보험료를 퇴직 직후 선납하면 어떨까? 퇴직했어도 그해는 세무적으로 C씨의 소득이 잡히고 이에 따른 연말정산도 해야 한다. 과세표준상 C씨 소득이 1억원이라고 하면 소득세 과세율은 35%이다. C씨가 국민연금 1년치 선납액으로 500만원을 냈다면 이 금액의 35%인 175만원을 절세할 수 있다. 2년치를 선납한다면 세금 350만원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5년 선납 시 세금 875만원이 절약된다. 국민연금은 소득공제 한도도 없다.

◇2008년 이후 출산·군복무 시 가입 기간 추가 인정

국민연금 크레딧 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 2008년 1월 1일 이후 자녀 둘 이상을 얻었거나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면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출산·입양은 자녀가 2명이면 12개월, 3명 이상일 경우에는 둘째까지 인정되는 12개월에다 셋째부터는 1명당 18개월씩 추가돼 최장 50개월까지 가입 기간이 추가 인정된다. 이러한 출산크레딧으로 가입 기간이 12개월 늘면 월 연금액이 약 2만5000원(2018년 기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2008년 1월 1일 이후 입대해 병역의무를 이행한 경우에는 6개월을 추가로 인정해준다. 현역병이 아니더라도 사회복무요원·상근예비역·국제협력봉사요원·공익근무요원 등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추납·임의계속가입·반납, 재테크 3총사

이 밖에 국민연금 재테크 ‘3총사’로 추납·임의계속가입·반납 등의 제도가 있다. 모두 가입 기간을 늘려 연금수령액을 늘리는 원리이다.

국민연금 가입 후 실직·폐업 등 이유로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았다면 추납 제도를 활용하자. 미납 보험료를 만 60세 전에 내면 가입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을 준다. 한 번에 전액을 내거나 최대 60개월까지 분납할 수 있다.

임의계속가입을 통해, 납입의무 연령(60세)을 넘겨도 최고 65세까지 가입 신청할 수 있다. 앞서 의무납부 기간 이후엔 돈을 붓지 않고 단순히 수급만 미루는 연기 연금 제도와 별개다. 추가 납부할 경우 그만큼 연금 수령액이 오른다.

1999년 이전엔 국민연금 반환일시금을 청구할 수 있었다. 그때 받았던 반환일시금에 이자를 붙여 반납하면 가입 기간을 복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