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스템을 도입해 퇴직연금을 운용하던 우리은행에서 퇴직연금 운용 오류가 났다. 은행 측은 고객 피해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AI 시스템 도입 한 달도 안 돼 터진 사고에 고객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30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지난 14일 우리은행 퇴직연금 운용 상품에서 만기에 맞춰 고객이 넣은 매도·매수 주문이 작동하지 않았다. 우리은행 측은 이 같은 오류를 발견해 바로 해당 고객들에게 통지했다. 오류 피해 고객은 11명이고 거래 오류가 난 금액은 총 1억9000만원이었다.
오류 피해 고객들은 로보어드바이저 추천대로 기존 상품 만기에 해지 예약을 했다. 해지 후 예약 매수 주문도 걸어놨는데 AI는 상품 매도 후 매수를 하지 않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AI 시스템 안에서 프로그램 오류가 난 것으로 파악됐다”며 “즉각 조치했기 때문에 매수가에 변동이 거의 없어 금전 손실을 입은 고객은 없다”고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5일 퇴직연금 운용에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AI를 활용한 알고리즘으로 빅데이터를 분석·예측해 투자 전략을 짜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도입 당시 우리은행은 “고객 투자 성향과 시장 상황을 반영해 포트폴리오를 추천해 줘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홍보했다.
우리은행은 퇴직연금 상품 매도·매수 주문 시스템을 자체 운영하다가, 지난달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하면서 외주 업체에 관리를 맡겼다. 이 때문에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금융사 시행착오로 생기는 혼란을 고객이 떠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한은행은 ‘쏠리치’, 국민은행은 ‘케이봇쌤’, 하나은행은 ‘하이로보’ 등의 이름으로 로보어드바이저를 운영하고 있다. 시중은행 로보어드바이저에 맡겨진 돈만 지난해 말 기준 최소 73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