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김모(36)씨는 경남 창원시에 있는 신협 영업점에서 파는 금리 연 4%짜리 적금 특판에 가입했다. 창원까지 갈 필요는 없었다. 신협 모바일 뱅킹 앱 ‘온뱅크’를 통해 입출금 통장을 만들고 영업점에 전화해 받은 프로모션 코드를 입력했다. 월 불입액은 100만원까지. 매달 불입액을 꽉 채우고 1년 만기 뒤에 받는 이자는 세전 26만원이다. 김씨는 “요즘 같은 때에 연 금리 4%면 따질 것 없이 가입해야 한다”며 “주변에 코인이나 주식으로 손해 본 사람들이 적지 않아 원금이 보장되는 재테크를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고금리 찾아 제주로 창원으로

김씨가 상품을 가입한 창원 영업점에서는 1000계좌 한도로 특판을 내놨는데 5일 만에 모두 소진됐다. 해당 영업점 관계자는 “지역에 고령층이 많아서 젊은 조합원을 유치하기 위해 모바일 앱에서도 가입할 수 있는 특판을 내놓았는데 전국적으로 호응이 커서 놀랐다”고 했다.

초(超) 저금리 기조로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계속되는 가운데 위험 회피형 투자 성향이 강한 이들은 금리가 0.1%포인트라도 높은 예·적금 특판을 찾아 돈을 넣는 ‘금리 노마드(유목민)’ 행렬에 뛰어들고 있다. 특판 상품은 월 불입 한도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아 절대적인 이자가 많지 않다. 그런데도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연 0%대로 떨어질 정도로 워낙 낮다 보니 조금이라도 금리가 높은 곳으로 돈이 옮겨다니는 것이다.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쉽게 가입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영업점별로 금리가 다른 상호금융업권에서 금리 노마드족이 많다. 신협과 새마을금고 각 영업점이 조합원들을 상대로 금리 우대 특판 상품을 안내하면 재테크 커뮤니티나 맘카페를 통해 금세 정보가 퍼진다. 상호금융도 스마트폰으로 입출금 통장 개설 및 상품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과거처럼 영업점에 찾아가 줄을 서기보다는 비대면으로 가입하는 추세이다. 지난 3월에는 제주 구좌읍에 있는 신협 영업점에서 불입 한도 없이 내놓은 연 금리 4%(2년 만기)~4.5%(5년 만기) 적금 특판 2500좌가 열흘도 안 돼 소진되기도 했다.

경기 수원 한 새마을금고 영업점에선 연 최고 금리 2.65%(18개월 만기, 예치액 1000만원 이상) 예금 상품을 내달 4일까지 판매 중이다. 이 상품은 창구에서만 가입 가능해 서울이나 인천에서도 찾아오는 고객이 있다고 한다.

◇만기 후 받는 이자 10만원도 안 되지만

지난달 말 오픈뱅킹을 출범한 저축은행 업권에서도 금리 노마드족을 잡기 위한 상품들이 나오고 있다. 주로 중·소형 저축은행들이 참여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고객층은 시중은행에 비해 충성도가 낮고 금리에 따라 잘 옮겨다니는 경향이 있다”며 “저축은행에서도 계좌 통합 관리가 용이해지면서 이러한 금리 노마드 고객들의 편의성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오픈뱅킹 출범 기념으로 연 최고 금리 6%인 2만좌 한정 상품을 내놓았다. 월 최고 20만원까지 불입이 가능하다. 매달 20만원씩 채우면 만기 후 이자는 세후 6만5000원 정도이다. 또 연 6% 금리를 받으려면 오픈뱅킹 서비스를 만기까지 유지하고, 마케팅 안내에 동의하며, 다른 금융사 잔액을 당행 계좌로 이체하는 잔액 모으기를 통해 6회 이상 불입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와 별개로 저축은행 16개사는 오픈뱅킹 출범에 맞춰 최대 연 10%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 상품을 내놓았다. 월 최대 10만원까지 불입할 수 있어, 역시 세금을 떼면 약 5만원을 이자로 받는다. 제휴 카드를 발급받아 3개월간 누적 30만원 이상 이용하는 조건 등도 있다. 실적을 채우겠다고 불필요한 상황에서 카드를 발급받아 소비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 따라서 금리가 높아 보여도 월 최대 얼마까지 넣을 수 있고 만기 후 받는 이자의 절대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보고 가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