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롯데온·위메프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수수료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신들의 사이트에 물건을 제공할 판매자(셀러)를 끌어들이기 위해 제로 수수료에서 마이너스 수수료까지 내걸고 있다. 상품군을 늘리고 판매자의 제품값을 낮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기반)을 마련해주고, 수수료를 받아 이득을 얻는 오픈 마켓 형태의 이커머스 업체들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셀러들을 단기간에 끌어모아 몸집을 불릴 수는 있지만 수수료 인하 경쟁이 장기화할 경우 수익성이 악화돼 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커머스 업체들의 판매자 유인 전략

◇살자, 마이너스 수수료도 괜찮다

가장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곳은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티몬이다. 쿠팡·위메프와 함께 소셜미디어(SNS) 공동 구매 모델로 시작한 소셜커머스 대표 기업으로 꼽혔지만 지금은 시장 점유율 3% 수준으로 업계 7위에 머물러 있다. 다급해진 티몬은 지난달 1일, 업계 최초로 ‘판매 수수료 마이너스 1%’를 선언했다. 상품 판매 금액의 1%를 판매자에게 환급해준다는 것이다. 3%대인 결제 대행 수수료도 면제해준다. 티몬 측은 “사실상 수수료가 면제되면 같은 상품도 경쟁 업체보다 저렴하게 팔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다른 이커머스 업체에서 최저가 40만원대였던 인기 게임 기기가 티몬에선 30만원대에 판매돼 매진되기도 했다.

이커머스 후발 주자인 롯데온은 ‘0% 수수료’로 대응하고 있다. 신규 입점하는 판매자들에게 3개월간 수수료를 받지 않고, 30만원어치의 광고비와 할인 쿠폰 금액의 50%를 지원해준다. 롯데온 관계자는 “수수료 지원 정책을 내놓자 하루 170개 이상의 업체가 입점하고 있다”며 “평소보다 2배 많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위메프는 정률 수수료를 내걸었다. 업종이나 상품군에 따라 최고 15%인 수수료를 2.9%로 고정해 받겠다는 것이다.

시장 점유율 17%로 국내 이커머스 1위 업체인 네이버도 셀러들에게 결제 서비스 이용 대가로 받는 주문 관리 수수료를 1년 동안 면제해준다. 판매 대금이 들어오기까지 최대 50일까지 걸리는 쿠팡의 정산 시스템에 불만을 가진 판매자들을 겨냥해 빠른 정산도 내세웠다. 판매자들이 판매한 물건이 배송 완료되면 하루 만에 대금을 정산해주는 것이다. 네이버는 “조만간 매출 금액에 연동되는 판매 수수료(2%)도 6개월간 면제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이득을 볼까

이커머스 업체들이 셀러한테 받는 수수료는 매출의 일정량을 받는 판매 수수료, 카드 등 결제 금액의 일부를 받는 결제 수수료 등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작년 12월 발표에 따르면 이커머스 업체(온라인 쇼핑몰)의 실질수수료율은 9% 수준이고, 쿠팡이 18.3%로 가장 높았다.

수수료가 주 수입원인 오픈마켓 업체들이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셀러를 모으고 있는 것은, 셀러 유치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원제와 당일 배송을 주 무기로 삼은 쿠팡과 달리 오픈마켓 형태의 이커머스 업체들은 ‘최저가’ 검색을 통해 유입되는 고객이 대부분이다. 상품 수가 많고,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야 고객을 유입시킬 수 있다.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에서 당일 배송·익일 배송을 내세운 쿠팡의 성장세가 뚜렷해지자 셀러 쏠림 현상도 가속화했다”며 “셀러가 줄어들면 ‘가게는 열었는데 팔 물건이 없는 상황’과 마찬가지이므로 어떻게든 셀러를 늘리고, 싼 가격에 물건을 팔도록 하기 위해 수수료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적자 상황에서도 몸집을 불려 뉴욕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쿠팡을 본 업체들이 수익보다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것 같다”면서도 “다른 수익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주 수입원인 수수료를 포기하는 정책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