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빨대로 아이스티를 다 마신 여성이 빨대를 뽑아서 씹어 먹기 시작한다. ‘당신의 빨대를 드세요’라는 제목의 이 인스타그램 영상은 해조류로 빨대와 컵을 만드는 미국 뉴욕의 스타트업 ‘롤리웨어’ 사용자가 올린 것이다. 이 회사는 2015년 먹을 수 있는 컵을 내놓은 데 이어 먹을 수 있는 빨대를 내놨다. 종이 빨대처럼 눅눅해지지 않으면서 먹어서 없앨 수 있고, 버리더라도 60일이면 자연 분해가 된다. 빨대마다 천연 원료를 사용해 바닐라, 감귤 등 다양한 맛이 난다. 호텔 체인 매리엇과 주류회사 페르노 리카드가 이 회사의 빨대를 쓰겠다고 나섰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밝히는 ‘미닝 아웃’(meaning-out)이 생겨나면서 친환경 상품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은 “친환경 활동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말한다. 미닝 아웃은 의미(meaning)와 커밍아웃(coming out)의 합성어다
◇분리수거 편하고, 환경도 고려해 일석이조
올해 도쿄 올림픽에 참가하는 국가 대표 선수단 ‘팀 코리아’ 선수들은 1인당 500mL 페트병 100개를 재활용한 섬유로 만든 옷을 입게 된다. 이들의 단복은 제주도에서 수거한 투명 페트병으로 만든 모자, 자투리 나일론 폐기물을 모아 만든 방수 재킷과 반바지 등 친환경 섬유로 만들어졌다. 단복 제조 브랜드인 노스페이스는 “국가 대표 선수단이 친환경 소재로 만든 단복을 입는 건 처음”이라며 “고온 다습한 도쿄 날씨를 고려해 친환경 섬유에 기능성 소재를 섞거나 추가 가공해 땀 흡수와 통풍이 잘되는 기능을 더했다”고 말했다.
국내 식음료·유통 기업이 선제적으로 나선 친환경 활동은 페트병 재활용을 위한 무라벨 페트병 생산이다. 롯데칠성음료가 작년 1월 무라벨 생수를 내놔서 소비자의 호응을 얻자 롯데마트, 하이트진로음료와 농심도 라벨 없는 생수 제품을 출시했다. 동원F&B는 플라스틱 페트병 무게를 25% 줄이고, 라벨을 떼어낸 보리차 제품 ‘에코보리’를, 롯데마트는 무라벨 탄산수를 내놨다. 롯데마트는 “무라벨 생수 출시 후 3개월간 매출이 전년 동기 일반 생수에 비해 80%나 뛰어 탄산수세제 등으로 무라벨 품목을 늘렸다”고 말했다. 리필세제 등도 플라스틱 캡을 없애 분리수거를 편하게 한 제품이 인기이다.
무라벨 페트병 제품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환경 보호를 하는 동시에 분리수거 과정에서의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작년 12월 페트병 분리 배출 규정을 강화하면서 각 가정에서 겉에 있는 비닐 라벨을 제거해 배출하도록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활동을 하고 있다는 만족감과 더불어 분리수거의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어 소비자들이 무라벨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이봉투에서 화장품을 짜서 쓴다?
스타벅스·맥도날드·버거킹 등 식음료 업체들은 플라스틱 빨대를 퇴출시켰다. 빨대 없이 마실 수 있는 컵 뚜껑을 도입하고, 종이 빨대를 제공하는 식이다. CJ제일제당은 두부 제품 포장 비닐을 생분해 소재로 바꿨다. 카카오프렌즈는 친환경 섬유와 생분해 소재 비닐을 사용한 친환경 라인 ‘프렌즈 그린라이프’ 에디션을 지난달 출시했다.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 톤28은 모든 화장품을 플라스틱 대신 재활용 가능한 종이 패키지에 담고 있다. 화장품 제조사 한국콜마는 지난해 11월 선보인 종이 튜브를 올해부터 상용화할 예정이다. 뚜껑을 제외한 본체는 종이로 대체됐기 때문에 플라스틱 사용량은 기존에 비해 80%나 절감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도 지난 3월 최대 3년간 안전하게 화장품을 보관할 수 있는 종이 튜브를 개발했다.
친환경 활동이 기업의 필수 요소가 된 건 해외도 마찬가지다. 플라스틱과 비닐 사용이 일상화된 동남아시아도 바뀌고 있다. 태국 유니레버는 모든 홈케어 제품의 병을 재활용 재료로 사용하고, 네슬레는 재활용 알루미늄 캔에 담은 커피를 판매한다. 베트남에 진출한 빅씨·롯데마트는 야채를 비닐봉지가 아닌 대나무·바나나 잎에 감싸 진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