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350곳의 연간 인건비가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섰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등으로 민간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공공기관들이 신규 채용을 늘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발생한 비용 청구서가 날아든 것이다. 현 정부 들어 공공기관 인건비는 8조원 넘게 늘어났다.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추경호 의원실과 공공기관 경영 공시 사이트 알리오를 분석한 결과, 공공기관 인건비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24조2000억원에서 올해 32조4000억원으로 8조2000억원 늘어났다.
공공기관 임직원은 34만6000명(2017년)에서 44만2000명(지난 3월 기준)으로 9만6000명 증가했다. 공공기관들은 올해도 2만6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라 문재인 정부 임기 중 10만명이 넘게 늘어나게 된다.
공공기관 경영난과 빚더미는 커지고 있는데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는 것이다. 공공기관 부채는 지난해 544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9조7000억원(10%) 늘었다. 공기업 36곳 가운데 절반인 18곳이 지난해 적자에 빠졌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인건비 증가 규모는 4조1000억원을 기록한 박근혜 정부 3년(2013~2016년)의 2배에 이른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 몸집 줄이기를 추진했고,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늘리면서 비정규직 제로(0)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추경호 의원은 “현 정부 들어 공공기관이 일자리 창출 수단으로 쓰이면서 체질은 약해지고 몸집만 불어났다”며 “공공기관의 채용 증가는 일자리 정책 실패를 감추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했다.
健保공단 인건비 3969억 늘어 최대… 증가율 800% 넘는 곳도
350개 공공기관 가운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년간 인건비가 1000억원 이상 증가한 공공기관이 15곳이나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3969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이어 한국전력(3699억), LH(3084억), 중소기업은행(2741억), 수자원공사(2655억), 한국수력원자력(2202억), 코레일테크(1858억) 등의 순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4년간 매년 1000억원씩 인건비가 늘어난 셈이다.
공단 관계자는 “청소, 경비, 운전 등 용역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신규 채용을 늘리면서 임직원 수가 1700명 이상 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건비 증가율은 더 놀랍다.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철도 시설을 유지·보수하는 코레일 자회사 코레일테크는 4년간 무려 804%에 달한다. 이 회사 인건비는 2017년 231억원이었는데 올해는 2089억원으로 불어났다.
코레일 관계자는 “코레일의 청소 업무 등을 담당하던 비정규직 직원들을 코레일테크 정규직으로 많이 돌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레일테크 임직원은 2017년 582명에서 올해 5259명으로 9배가 됐다.
철도 물류 자회사인 코레일로지스도 같은 이유로 증가율 2위(583%)가 됐다. 이어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574%), 한국수목원관리원(517%), 항공안전기술원(280%), 한국산림복지진흥원(187%), 국립광주과학관(181%) 등의 순이다. 100% 넘게 증가한 곳이 33곳에 달한다.
공공기관 인건비 증가는 신규 채용 증가와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 정책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017년 6만9000명이던 공공기관 신규 채용 인원은 2018년 11만명, 2019년 12만7000명으로 불어났다. 코로나가 확산된 지난해에도 9만9000명을 신규 채용했다. 4년간 신규 채용 인원이 42만4000명이다. 같은 기간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원도 10만3000명에 달한다.